
북한이 ‘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수년 전부터 기술고급중학교 확대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기술고급중학교 또는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내 기술반 설치에 관한 지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국 각 도에 단계적으로 하달됐다”며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에 맞는 교원이나 실습 기자재를 모두 갖추지 못한 상태로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 있는 한 고급중학교는 2024년 초 수출 피복공장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기술반 운영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별로 1개 반이 기술반으로 지정됐고, 이 기술반 학생들은 옷 가공과 관련한 수업을 받게 됐다.
그러나 기술반 운영 과정에서 학교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실습을 위한 재봉기나 재단 도구, 교육용 원단은 물론 교재조차 확보되지 않았으며, 기술교육을 지도할 전문 교원도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지금도 기술반 수업은 교원이 들어와 시간을 때우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학생들은 1년이 지나도록 재봉기 앞에 앉아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술반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인 기술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 교육부는 기술반 운영과 관련해 ‘실험·실습 중심의 실용 교육’을 강조하고, 해당 학교를 후원하는 기업소와 협력해 별도의 실습장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은 사실상 전무해 실습 중심의 체계적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기술고급중학교는 학교 간판만 바꿔 단 것이고, 지역 특성에 따라 일부 학교에 만들어진 기술반 수업도 기존 고급중학교에 기술 과목을 단순히 추가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아마도 몇 년 지나면 ‘기술반’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2009년 체육 열풍이 불었을 당시에도 학교에 축구반을 지정해 운영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적 있었으나 ‘이 반은 축구반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수준에만 그쳤을 뿐 실제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를 언급하면서 “기술반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보여주기식’으로 기술반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된 기술교육은 뒷전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기술교육을 하려면 기본적인 기자재부터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교원도 없고 실습장도 없어 사실상 이름만 ‘기술반’일 뿐”이라며 “윗선 보고용으로 시작된 사업이라 학교도, 교원도, 학생도 모두 불편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