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병원들 고려약 제조 몰두…가장 많이 만드는 건 ‘영신환’

김정은 지적에 의료 부문 일꾼들 발등에 불…실질적으로 효과 없어도 약 처방받은 것에 신선해 해

태천군고려약공장에서 생산한 영신환.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내건 ‘자력갱생’ 기치에 따라 지방 병원들에서 자체 약 제조, 생산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염주군, 태천군을 비롯한 도내 군(郡) 병원들에서는 올해 들어 찔광이(산사자)로 만든 ‘영신환’을 비롯해 ‘댕강쑥환’, ‘땅두릅뿌리 관절염약’, ‘금은화 항생제’ 등 각종 한약재로 만든 자체 제조 약들을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이는 항생제나 진통제 등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약을 처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평안북도 구성시의 경우 올해 병원 시범 건설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자체 생산 약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치료를 받겠다는 목적으로 병원을 가는 순진한 사람은 여기(북한)에 없다”며 “출근하지 않으려고 진단서를 떼러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고, 정말 아파서 가더라도 처방전만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강동군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도농 격차가 가장 우심(심각)하게 나타나는 공간이 바로 보건과 위생, 과학 분야”라며 “지금 시·군들에는 주민들에게 온전한 의료봉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들이 제대로 꾸려져 있지 않고 편의봉사기지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2025년은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청사에 기록돼야 한다”면서 올해 강동군·룡강군·구성시 병원 시범 건설을 시작으로 해마다 20개 시·군에 병원을 건설하라는 사업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지방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지적하고 나선 만큼 그동안 ‘위(중앙)에서 공급되는 것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유유자적해 왔던 의료 부문 일꾼들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병원들이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약효는 둘째치고 일단 자체로 만든 약을 환자들에게 쥐여 줘야 하는 실정”이라며 “결국 자체 약 제조는 의료 부문 일꾼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보여주기식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도내 군 병원들은 고려약 제조에 골몰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영신환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은 어딜 가도 영신환이 정말 많은데 병원마다 무엇을 얼마나 첨가하는지 다 다르니 맛도 딱딱한 정도도 다 다르다”며 “약효는 다 검증이 안 됐으니 주민들은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어느 병원 것은 달달한 게 먹을 만하고 어느 병원 것은 쓰기만 하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항생제나 진통제는 여전히 주민들이 알아서 구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병원에서 뭔가 받아 온다는 것에 신선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이 고려약 제조에 몰두하는 것은 주민 건강권 향상보다 당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보여주기식’ 성과 내기에 가깝지만, 주민들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