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반장 우대사업 검열…인민반장들 ‘감동’, 주민들은 ‘한숨’

비상 검열단이 인민반장 월급·배급 실태 조사 나서…“인민반장 머리에 이고 다니는 시대 도래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0일) 제3차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 참가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인민반장에 대한 우대사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비상 검열단을 전국 주요 도시들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지난 3월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에서 인민반장들의 역할 강화와 함께 이들에 대한 우대 조치를 확대할 것에 대한 당적 지시가 내려진 이후, 당의 방침이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비상 구루빠가 조직돼 전국 각지에 파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조직된 비상 검열단은 당 규율조사부와 내각 사무국 성원들로 구성됐다. 총 30여 명의 검열단 성원들은 6개 조로 나뉘어 평양, 남포, 평성, 원산 등 주요 도시를 돌며 불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1~3일 각 지역에 파견된 검열단 성원들은 최근 인민반장들에게 지급된 월급과 양곡판매소를 통한 곡물 배급 실태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이번 검열은 사전 통보도 없이 진행돼 현지 인민위원회, 동사무소 일꾼들을 일순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의 경우 빠르게 진행된 검열에서 만경대구역 칠골동, 동대원구역 동대원1동, 서성구역 련못동 등에서 최근 인민반장의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국정 가격으로 곡물을 배급하라는 방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4일 중앙에 긴급 보고됐는데, 다음날인 5일 곧바로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를 통해 당이 내세운 정책을 우습게 여긴 행위”라며 “제2의 우시군, 온천군 사태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성 문건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열단은 이에 근거해 “인민반장은 수십 세대 인민을 책임지는 사회주의의 눈과 귀이며, 이들이 없었다면 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은 맥을 잃었을 것”이라면서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 이후 인민반장들의 충성심은 더 잘 발현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지적을 받은 평양시 구역·동 행정 간부들은 앞으로 또다시 검열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열단은 이번 검열이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소식통은 “검열단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인민반장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는지 걱정하시고 검열을 진행하도록 하셨다’며 ‘이는 단순한 행정 검열이 아니라 인민반장들을 아끼시는 원수님의 사랑과 신임이 직접 담긴 검열’이라고 해 인민반장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계속해서 인민반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인민반장들이 점점 더 기세등등하게 주민들을 통제하고 나서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제는 인민반장들을 머리 꼭대기에 이고 다니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아니꼽게 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제3차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를 개최해 인민반과 인민반장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동, 인민반은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국가 사회제도를 떠받드는 초석이고 주민 생활의 거점이며 동, 인민반들의 기능과 역할은 전면적 발전에로 향한 우리 국가의 전진을 힘 있게 떠밀어주는 동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