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 평양에서도 개인 집에서의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과 같은 정식 의료 기관에 기본적인 의약품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8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방이나 농촌에 일반화돼 있는 ‘개인의(醫)’ 또는 ‘동네 의사’가 이제 평양에서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며 “병원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주민들이 개인 의사를 찾아가거나 민간요법으로 자가 치료를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평양시 평천구역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이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집에서 침술 치료를 하는 개인 의사를 찾아갔다. 이 의사가 침술 치료에 능하다는 입소문이 자자해 그에게 침을 맞으려는 주민들이 줄을 이었는데, 이 여성도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가 침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열이 나고 침을 맞은 허리 부위의 피부가 붓는 등 감염 증세가 나타나면서 결국 이 여성은 인근 병원에 방문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감염이 발생한 것 같다며 환자인 이 여성에게 항생제를 구해올 것을 요구했다. 병원에 구비된 항생제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여성은 어차피 시장에서 항생제를 구해 복용해야 하는 것이라면 굳이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이 여성은 시장에서 구한 항생제를 복용했고, 감염 증세가 좀 나아지자 다시 개인 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으며 허리 통증을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병원에 가봐야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다. 어차피 약은 시장에서 사야 하니 병원은 빈껍데기일 뿐”이라면서 “병원이 유명무실하니 주민들도 불법인 줄 알면서 개인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인 의사가 집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단속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평양에서는 단속이나 검열이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 의사들도 안면이 있는 사람만 치료하는 식으로 환자를 가려 받으면서 몰래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단속에 걸리면 평양에서 지방으로 추방될 수도 있어 유능한 개인 의사일수록 모르는 사람은 절대 받지 않는다”며 “이렇게 입소문 난 개인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그나마 돈이 있는 사람들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정말 죽을 정도로 아프지 않은 한 그냥 참고 넘긴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무상 의료체계를 체제 선전의 소재로 삼고 있으나 실상은 수도 평양에 있는 정식 의료 기관에서조차 의약품이 부족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결국 주민들은 솜씨가 좋다고 소문난 개인 의사를 찾아가거나 시장에서 약을 구해 먹으며 자가 치료를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처벌이나 부작용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가 약품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니 건강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며 “심지어 주사를 꽂을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서 주사를 놔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