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식서 김정은 접견한 일부 주민들 보위부에…무슨 일?

김정은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는 등 1호 행사 행동 지침 어겨 보위부 불려 가 비판서 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16일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15일)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가했던 일부 주민들이 시(市) 보위부에 불려 가 비판서를 쓴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당일 1호 행사로 진행된 진행한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가한 일부 주민들이 당부된 행동 지침을 어긴 문제로 시 보위부에 불려갔다”고 전했다.

이번 준공식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장에 나온 주민들과 악수하거나 포옹하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준공식 10여 일 전부터 극비리에 입사증을 받은 대상들 가운데 1호 접견자들을 지정하고 접견 시 지켜야 할 행동 지침들을 일러주는 작업이 이뤄졌다.

실제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양복을 입은, 김 위원장의 호위성원들로 보이는 키 큰 남성들이 평양시 보위부의 한 사무실에서 접견 대상자들을 일일이 신체 검열하고 접견 시 행동 지침들을 수일에 걸쳐 학습시켰다는 전언이다.

제시된 행동 지침은 ‘원수님(김 위원장)께 먼저 매달리지 말라’, ‘원수님이 손잡아주시면 힘주지 말고 살짝 대기만 하라’, ‘원수님이 말씀하실 때 정중히 대답하며 웬만하면 말을 삼가라’, ‘원수님이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말을 하지 말라’, ‘말할 때 침이 튕겨서는 안 된다’, ‘원수님의 자제분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며, 이를 숱하게 강조하고 연습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과 포옹하거나 근접거리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가차 없을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에 일부 접견 대상자들은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등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다른 대상들로 교체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호위성원들로 보이는 남성들은 접견 대상자들에게 행동 지침을 일러주고 또 연습까지 마치는 대로 지금까지의 일체 모든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만약 이를 외부에 발설했을 때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내용의 비밀 유지 서약서에 지장을 찍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접견 행사가 치러졌는데, 이후 노인과 여성 등 일부 접견자들이 ‘원수님과 너무 가까이 붙었다’, ‘원수님이 말씀하시기 전에 말을 삼가라고 했는데 먼저 말을 했다’는 등 행동 지침을 어긴 것으로 시 보위부에 불려 가 20장 이상씩 비판서를 쓰고서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1호 행사에서 원수님을 직접 가까이에서 뵌 주민들은 호위성원들이 말한 행동 지침대로 하느라 너무 긴장하고 위축돼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가 끝난 뒤 접견자들에게는 특별히 식료품이 든 상자와 벨벳 소재로 된 여성 옷감 한 감과 남성 양복지 한 감씩이 선물로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시 보위부로부터 비밀 유지를 잘하라는 당부를 재차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