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안전부가 불순녹화물 은닉 혐의로 20대 청년 남녀 2명을 공개비판 무대에 세운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번 공개비판은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열흘 앞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이뤄져 주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온성군 20대 남녀에 대한 공개비판은 지난 6일 오전 이뤄졌다.
군(郡) 안전부는 읍내의 논두렁 공터에서 주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을 세워 두고 “적국의 반동 영상물을 은닉했다”고 폭로하면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22세 남성 A씨와 26세 여성 B씨는 평소 서로를 ‘누나’, ‘동생’으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이들은 지난 1일 밤 B씨의 집에 함께 있다가 인민반장의 신고로 군 안전부에 체포됐는데, 당시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USB에 러시아 파병 북한군 관련 영상과 미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 다큐멘터리 영상 등이 들어 있어 크게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공개비판에서 폭로된 바에 의하면 이 두 사람은 이것(USB)을 길에서 주웠다고 진술했으나 군 안전부는 주웠으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고 보관 자체가 중대 범죄라며 이들의 행위는 심각한 반동 행위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개비판 현장에서 ‘외부 문화를 척결하라’는 자료도 함께 배포됐다”며 “군 안전부는 반동 영상물이 중국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온성군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공개비판이 진행된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주민들이 평소보다 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적 명절을 앞두고는 보통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경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개비판 같은 무거운 일은 쉬쉬하는데 올해는 뭔가 달랐다”며 “공개비판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4·15를 앞두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을 보니 우리 내부가 많이 썩긴 썩었나 보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괜히 눈에 띄었다가 더 크게 화를 입을 수 있다”며 서로 조심하자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문제시된 청년 남녀 2명은 공개비판이 끝난 뒤 수갑이 채워진 채로 어디론가 끌려갔으며, 현재 주민들 속에서는 이들이 최소 5년 이상의 교화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주민들은 “그래도 4·15가 다가오는 시점이라 처형은 면한 것 같다”며 오히려 운 좋게 강력 처벌은 피하게 됐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