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캐러 들로 산으로…’반년 농사’ 위해 가족 총동원

생계에 보탬 되는 나물 채취 시기 놓치지 않으려 아이들까지 동원…이맘때면 학교 출석률 하락

북한 평안남도 개천시 산자락에 돋아난 두릅. /사진=데일리NK

봄나물 채취가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들판에 이어 깊은 산속까지 북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안남도 개천시를 비롯해 산을 끼고 있는 여러 지역에서는 아이들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도시락과 큰 용기를 들고 나물 캐러 산에 오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개천시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깊은 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산나물 채취에 나서고 있다.

개천시는 평안북도 영변·구장군과 맞닿아 있는 산간지대로, 매년 봄철이면 주민들이 들이나 산에서 나물과 약초 등을 채취해 생계에 보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4~5월경에 돋아나는 봄나물들은 독성이 없다는 속설이 있어, 북한 주민들은 보릿고개에 해당하는 이맘때 캔 나물로 허기를 달래곤 한다.

들에 난 나물은 출퇴근길을 오가며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지만, 양이 워낙 적은 데다 너도나도 앞다퉈 뜯어가기 때문에 주민들은 갈수록 깊은 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산나물 캐기는 하루 종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고 채취할 수 있는 시기도 한정적이라 주민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산나물을 구하려 새벽부터 도시락까지 싸 들고 아예 종일 산에 머무르는 형편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바로 먹을 수 있는 단 나물과 물에 끓여 쓴맛을 빼내고 먹어야 하는 쓴 나물을 잘 선별해서 부식물로 섭취하기도 하고 더러는 시장에 내다 팔아서 식량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쓴 나물들은 잘 말려두면 겨울철 국거리, 반찬거리로 보탬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 나물 채취에 가족이 총동원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가 떨어진 집들은 채취한 나물로 반찬을 삼을 수 있는 이 시기를 반가운 계절이라고 하면서 반찬거리의 ‘반년 농사’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지금 이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들까지 죄다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최근 개천시 내 학교들의 학생 출석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식통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산나물을 채취하러 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선생들도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행정적 차원에서 학생 출석률을 신경 써야 하는 교사들은 학교에 나온 학생들을 결석한 학생 집에 보내 데리고 오게끔 하기도 하지만, 결석한 학생들은 이미 새벽부터 깊은 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건 크게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산나물 방학을 주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일부 학교들은 이런 상황에 4월 말쯤 자체적으로 비공식 방학 기간을 갖기도 하는데, 그 기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