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동상 앞 새벽부터 북적북적…경쟁적인 ‘정성사업’

청소한 곳 또 청소하고 또 청소하고…자발적 참여라는데 눈치 보여 최소한 하는 시늉이라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게재한 김일성 동상 사진.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는 김일성 동상 등 우상화 상징물과 그 주변을 청소하는 이른바 ‘정성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 경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순부터 신의주시 역전동의 신의주청년역 앞 광장에 설치된 김일성 동상 주변에는 새벽 5~6시 무렵부터 학생들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원들,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이 몰려들어 물걸레질, 잡초 뽑기, 이물질 제거 등 경쟁적으로 청소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대부분 신의주시 거주자들이지만, 도보로 1시간 이상 떨어진 남신의주 등지에서도 동상 청소를 위해 새벽부터 부지런히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른 새벽부터 동상 주변에 모여든 이들은 주로 학교와 근로단체 조직 등에서 ‘열성자’로 분류된 이들인데, 학생 중 일부는 담임 교사들의 참여 종용에 꾸역꾸역 동상 청소에 나선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4·15 명절을 앞두고 동상 등 우상화 상징물을 청소하는 정성사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적인 행사로, 한동안은 주민들의 자율적 참여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단체별로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소식통은 “정성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눈치가 꽤 보여 억지로라도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정치행사 비중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참여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주민들의 정성사업 참여율이 높아진 것은 당 간부들의 현장 방문 빈도가 증가한 것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간부들은 자주 현장에 나와 정성사업을 지켜보는가 하면 단체별로 참여자들의 이름, 주소, 참여 횟수나 활동내역 등을 일일이 기록하게 하고 이를 총화 자료로 활용하도록 해,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단체 책임자들이 정성사업 참여를 종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새벽 시간대 정성사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유독 많아 한 차례 청소가 끝난 곳에 다른 인원이 와서 두 번 세 번 반복적으로 청소하는 일도 흔하게 나타났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주민 대부분은 해야만 하는 분위기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정성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최근에는 잠자는 자식을 깨워 보내거나 밥을 안치고 잠깐 청소하러 다녀오는 주민들로 새벽마다 온 동네가 분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눈치 보기에 바쁜 주민들 속에서는 ‘최소한 참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집에 정성걸레 하나라도 갖춰 놔야 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 아니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