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자강도에서 제대군관들이 연루된 생계형 범죄 사건이 잇따르자 도(道) 안전국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도당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이달 들어 도안의 제대군관들이 연루된 생계형 절도 사건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자강도 안전국 정치부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해 22일 도당에 정식으로 제의서를 올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자강도 안전국 정치부가 도당에 올린 제의서에는 3월 한 달 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제대군관 연루 생계형 범죄 사건이 수십 건에 달하며, 이는 자강도 전체 범죄 발생 건수의 약 16%를 차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강도 안전국 정치부는 특별히 지난해 1월 강원도 최전방에서 수십 년간 복무하고 제대한 뒤 고향인 우시군으로 돌아온 40대 후반 제대군관 김모 씨의 생계형 절도 사건을 제의서에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군복무 중 상급 간부와의 마찰로 부대 정치부의 부정적인 평정을 받은 탓에 제대 후 사무직이 아닌 우시군 읍 농기계작업소에 노동직으로 배치됐으며, 집도 없이 작업소 창고 한편을 임시로 개조한 공간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월급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배급도 사실상 끊기면서 세 식구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고, 몸이 아픈 아들의 병원비는커녕 약값도 부담스러워 치료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형편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는 지난 3일 밤 읍 장마당 근처에서 쌀을 파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쌀 15kg을 훔쳐 나오다가 순찰대에 발각됐다.
현장에서 즉시 체포된 김 씨는 이후 군 안전부 조사에서 “살길이 막막해 어쩔 수 없었다”, “굶는 아내와 앓는 자식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군 안전부는 그가 쌀만 훔쳐 나오고 다른 것에는 손을 대지 않은 점, 범죄 이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교양 처리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안전국 정치부는 김 씨 사례처럼 생계난에 처한 제대군관들의 절도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십 년간 나라에 충성한 군관들이 어쩌다 도둑질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등 동정과 냉소가 확산하고 있다며 도당에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제의서를 받은 도당은 즉각적으로 제대군관들의 사회안착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내부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김 씨와 같은 초범 제대군관들에게 형사처벌을 내리기보다 당적 지도 등 가벼운 교양 처리로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주는 방안, 기관별로 제대군관 1명씩 지정해 생활을 책임지고 돌봐주는 식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소식통은 “법적으로 제대군관을 ‘27호’로 분류해 생활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제대 1년이 넘도록 창고에 살며 굶다가 절도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제대군관을 ’27호’ 대상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법까지 만들어 제대군관을 돌봐준다고 하지만 현장 간부들조차 ‘당 정책은 있지만 현실은 따로’라고 말한다”며 “제대군관 절도 사건들이 소문으로 퍼져 나가면서 국가정책과 현실이 따로 논다는 말이 더 나오고 있고, 이번에 도당이 세운 대책도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