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식 경연 무대서 ‘커닝 쪽지’ 들킨 간부, 망신에 비판까지

당에서는 정치사상적 해이 문제로 보고 철저한 사상투쟁 주문…커닝 꼼수 부리는 간부들에 경종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룡양광산 간부들의 모습을 보도하며 “당세포비서들의 역할을 높여나가도록 이끌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삼지연시 인민위원회의 한 간부가 토요학습 시간에 진행된 문답식 경연에서 쪽지 커닝을 하려다 발각돼 크게 망신을 당하고 당 조직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지연시 인민위원회의 한 간부가 토요학습 시간에 열린 문답식 경연에서 커닝하려고 미리 준비해 둔 쪽지를 흘려 들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답식 경연은 당 조직이 하달한 당 정책자료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노작 등을 사전에 외우고, 경연 당일 현장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경연자가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식통은 “문답식 경연이 진행된다고 하면 누가 지목될지 몰라 모두가 긴장한다”며 “운이 안 좋아서 걸리면 십년감수할 지경”이라고 경연 분위기를 전했다.

경연 무대에 오르게 된 경연자가 질문에 얼마나 조리 있게 답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사상성과 역량이 평가되는데, 평소 간부들은 문답식 경연이 열린다고 하면 정석대로 공부하고 외우기보다 커닝하는 수를 쓰고 있다.

자주 출제되는 질문을 추려 답을 적은 쪽지를 준비해 주머니 등에 숨겨두거나 손바닥에 답을 적어서 경연 도중 이를 보고 답하는 식으로 커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문답식 경연을 ‘항일유격대식 학습 방법’이라며 간부들의 정치사상 의식과 혁명성을 고취할 수 있는 전통적인 학습 방식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형식주의와 눈속임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에도 시 인민위원회의 한 간부가 옷 속에 감춰둔 답 쪽지가 무대 위에 떨어지면서 커닝하려던 것을 들켰고, 이에 당시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 앞에서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이 사건은 삼지연시 당위원회에도 보고돼 간부들의 정치사상적 해이 문제로도 확대됐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말 열린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간부 혁명화’를 올해 당 건설의 핵심 과제로 강조한 상황에서도 간부들이 여전히 커닝 같은 꼼수를 부리는 등 만성적인 태도로 학습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더 크게 문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문답식 경연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일반 학습과 달리, 개인은 물론 소속 단위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당사자는 물론 책임 간부들까지 시당에 불려 가 비판을 받았고, 시 인민위원회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시당은 “이런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간부들의 나태한 학습 태도를 묵과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사상투쟁을 벌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평상시 커닝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왔던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