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사회 곳곳에서 노동당 정책 관철에서의 형식주의 문제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평안남도 소식통의 전언에 의하면 북한의 농업부문에서 해마다 봄철에 진행하는 농기구 전시회가 올해도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실상 농업 생산과 농가 소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 진행된 농기구 전시회는 ‘사상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고 한다. 전시회 규모도 크지 않았고, 농기구도 하나 같이 이전에 사용하던 걸 대충 수리하거나 도색만 해서 내놓은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이 시점에 당연히 관련 간부들은 해임 철직됐는데,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어려운 세월에 형식만 갖추는 것도 어렵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북한에서 ‘형식주의’는 만성화돼 있다. 북한 당국이 현실에 맞지 않은 요구를 강제해 현장에서는 의식이나 절차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현지 일꾼(간부)들은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지시 집행만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노동당은 ‘형식주의적 일본새(일하는 자세)’를 줄이라고 지방 관료들을 닦달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형식주의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 간의 충분한 공적 합의 과정을 거친 후에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고, 중앙에서는 지방 실정에 대한 파악과 학습이 필요하며, 지방의 비용 부담 능력을 고려하여 행정 편의적 결정이나 집행을 지양하여야 한다.
북한에서 노동당 정책 결정자들의 수준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진심으로 형식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정책이 입안되고 법의 형식으로 만들 때 국민의 수요와 요구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보고, 주변 여건의 변화를 우선 유도한 뒤에 상벌의 집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형식주의는 노동당 정책 결정자들의 독단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그 원인을 먼저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