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승마구락부 갔다가 ‘대실망’…한 바퀴 돌고 나가라?

기대감 품고 3달러 내고 들어갔는데 말도 몇 마리 없어…“인민을 위해 만든 것 맞나” 분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12월 29일 평안남도 평성시에 승마구락부(클럽)가 새로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시에 ‘평안남도 승마구락부(클럽)’를 새로 건설하고 이달 6일 성대하게 준공식을 치른 가운데, 이후 이곳을 찾은 주민들이 보잘것없는 시설과 운영에 상당히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준공식이 있고 나서 몇몇 주민들이 호기심에 승마구락부를 찾았지만, 돈을 내고 들어가 말을 타보기는커녕 말 구경도 제대로 못 하고 그저 공터를 한번 돌아보고 나오는데 그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는 앞서 6일 열린 승마구락부 준공식에 여러 마리의 말들을 등장시켜 그럴듯한 승마장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승마구락부 건설이 도의 경제발전은 물론 인민들의 체력 단련과 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준공식이 끝나자마자 행사에 쓰였던 말들은 거의 다 트럭에 실려 갔고, 현장에는 고작 서너 마리의 말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8일,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에 평성시의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새로 문을 연 승마구락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여성들은 ‘오늘은 여성들의 명절이니 가서 말고삐도 잡아보고 구경도 실컷 하자’며 이날 생활총화를 끝내고 함께 승마구락부로 향했는데, 기대를 안고 찾아간 승마구락부의 볼품없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자들이 3달러씩을 주고 표를 사서 들어갔으나 말이 고작 몇 마리밖에 안 되고 심지어 말은 탈 수도 없었다”며 “일단 들어갔기 때문에 표를 물릴 수도 없는 처지라 여자들이 어이없어하는 상황이었는데 승마구락부에서는 ‘그냥 한바퀴 돌고 나가라’는 황당한 안내를 해 더욱 불만을 샀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승마구락부을 찾은 여성들은 “비용을 3달러씩이나 냈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말고삐라도 한번 잡아보게 해야지 이게 뭐냐”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승마구락부 측에서는 “표를 판매한 목적은 세워져 있는 말을 구경하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라는 것이고, 그래서 3달러 하는 것”이라며 “말을 봉사하면(승마를 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성들은 “3달러 이상 넘어가면 우리 같은 주민들이 여기에 올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인민을 위해 만든 승마장이 맞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날 여성들은 승마구락부가 평범한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며 국가가 외화벌이를 위해 지은 것으로, 돈 있는 소수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라 비난하기도 했다”며 “승마구락부 관리원들은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화가 폭발해 ‘감히 당의 방침으로 건설한 승마구락부를 비방 중상하느냐’면서 도당에 신고하겠다고 하기도 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