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입양 가정 지원 강요에 주민들 “내 자식 굶주리는데”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만 선전뿐만 아니라 지원 강요가 너무 과도해 주민들 속에서 불만 나와"

북한 고아 양육시설인 평양초등학원의 원아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고아를 데려다 키우는 입양 가정을 모범 가정으로 치켜세우며 여러 가지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민 사회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부모 잃은 아이를 맡아 키우는 가정들에 쌀이나 식료품, 인민소비품(생필품)을 보내 도와주는 단위나 일꾼들을 표창하고 선전하며 박수 쳐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더해 주민들에게도 지원을 강요하고 있어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남도 룡연군에는 20년 넘게 40여 명의 고아를 데려다 키우는 가정이 있는데, 북한 당국은 이 가정을 ‘다복이네 집’으로 칭하며 수시로 앞에 내세워 추어올리고 대대적으로 선전도 하고 있다.

‘다복이네 집’과 같은 고아 입양 가정은 지역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 등으로부터 특별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생활 보장이나 아이들의 진학 면에서도 여러 가지 특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고아를 데려다 키우는 가정은 부모가 농장원일 경우 분배가 100% 보장되고 각종 동원과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된다. 또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름난 대학이나 군관학교 등에 특별 전형으로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런 고아 입양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면서 일반 주민들에게도 도움이나 지원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불쌍한 고아를 데려다 키우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만 이에 대한 선전뿐만 아니라 지원 강요가 너무 과도해서 주민들 속에서 불만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실제 룡연군 ‘다복이네 집’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쌀 등 물질적 지원을 수시로 강요받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가정(다복이네 집)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이 집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이 집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쌀을 내라고 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주민들은 ‘내 자식들은 새 학용품도 못 쓰는데 그래도 그 집 아이들은 항상 좋은 옷에 좋은 학용품을 쓰지 않냐’고 토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다복이네 집’ 사정을 아는 주변 이웃집 아이들은 “부모 없는 애들이 더 잘 먹고 잘 입는다”, “나도 차라리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다복이네 집에는 수시로 지원 물자가 들어가고 그 집 앞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끊이지 않으니 철없는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차려주지 못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이 미어지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당장 내 자식이 헐벗고 굶주리는데 고아를 키우는 가정에 지원할 것을 강요당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사람들이 너무 살기 어려우니 이런 것에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