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행보를 조명하는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외무성과 국가보위성 간부들을 대상으로 영화문헌학습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습은 김 위원장의 외교 활동, 특히 대러 관계 강화 행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외무성과 국가보위성 간부들을 대상으로 영화문헌학습이 이뤄졌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부각하려는 목적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이를 활용한 영화문헌학습을 조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주로 조선중앙TV 등 매체를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의 경제, 군사 분야 현지지도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대외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상영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양상을 띠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이번 영화문헌학습에 활용된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외교 분야 행보를 조명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직접 외무성 간부들을 지도하는 장면들과 함께 2019년, 2023년, 2024년 북·러 정상회담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는데, 이는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8~2019년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미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명확히 하고 전략적 우방국인 로씨야(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며 “선대 수령들의 뒤를 따라 자주적 외교 노선을 펼치면서 사회주의 우방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영화문헌학습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간부들에게 감상문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문헌학습은 영상물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모든 간부에게 감상문을 써서 제출하게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영화문헌학습이 가장 편한 학습이었으나 이제는 감상문까지 작성해야 하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며 “이는 갈수록 나태해지는 간부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그들의 정신력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