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농민의 자율성 침해 심각…해결 방도는?

평안남도 숙천군 칠리농장 근로자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노동당의 농민 자율성 침해 정도가 도를 넘어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예년에 없는 풍년이라고 선전했으나 실제 농가 소득은 그렇게 높지 못해, 다가오는 보릿고개에 살아남으려면 무슨 짓을 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농민들의 실정이다. 그래서 서해평야 평안남도 문덕, 숙천, 평원 등 곡창지대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위험한 돈벌이에 나섰는데 그에 대한 통제가 지나쳐 농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의 전언에 의하면 평안남도 평원군 대정리의 리당비서는 새해 들어 출근하지 않는 농민들에 대하여 식량으로 분배한 2개월분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이 농장의 경우 농민 1인당 6개월분 식량을 받았는데 여기서 2개월분을 빼앗기면 사실상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전해온 소식통은 평안남도 농촌지역 농민들이 추운 겨울에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서해 간척지에서 조개와 굴을 캐기도 하고 사금 채취 등으로도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서해안 조개서식지에 너도나도 돈벌이하러 온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조개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평원, 대동, 개천 지역 강하천과 논밭 사금 채취장에 가면 추운 겨울임에도 사금 채취에 여념이 없는 농민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농민들이 그야말로 생존형 돈벌이에 나선 것인데,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되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굶어 죽으라고 식량을 빼앗고 있으니 농민들이 입을 모아 “일제 식민지 시대 악질 경찰보다 더 악독하다”라고 치를 떤다. 입만 열면 “어머니당”이라고 떠드는데 이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 굶어 죽으라고 먹을 것을 빼앗을까.

북한 노동당 관료들은 식량문제 해결을 충성심에 기초한 농업 생산량 증가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농가 소득이 위축되고 1년 식량 분배량은 60% 이하로 감소하여 농가 소득은 30년 전 ‘고난의 행군’ 수준으로 되돌아가 도시 근로자 평균소득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는 자료도 있다.

북한 당국이 지난 70년이 넘도록 계속 ‘농촌 진흥’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상 통제와 충성 강제가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 인권유린이 심각한 나라로 손가락질받는 ‘불량한 거지’ 신세에서 벗어나는 길은 농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북한 주민들이 최소한 굶지 않고 살게 하려면 농민의 경제활동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농민이 배부르고 농가 소득이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