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주민 상호 감시 체계를 강조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 보위부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주민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의주시의 한 인민반에서 보위부 정보원 A씨가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B씨 집 앞에서 몰래 대화 소리를 엿듣다가 발각돼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A씨는 해당 인민반 주민들의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와 이야기만 나누면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실제 인민반 주민들은 A씨가 보위부 정보원 노릇을 하는 것으로 의심해 그를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A씨가 B씨의 집 앞에서 대화를 엿듣다 발각되면서 그가 보위부 정보원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됐다.
A씨는 B씨의 집 문에 귀를 가까이 대고 있다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 B씨와 맞닥뜨리면서 정보원 활동이 탄로나게 됐다. 당시 송금 브로커 B씨의 집에 외부 손님이 와 있던 상태여서 A씨가 감시를 목적으로 대화를 엿들으려다 걸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B씨는 “남의 집 앞에서 뭐하고 있는 것이냐. 똥개 노릇을 하려면 영리하게 해라. 대낮에 남의 집 앞에서 대화를 엿듣고 다니는 게 할 일이냐”며 큰 소리로 A씨를 몰아세웠고, 이에 인민반 주민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평소 A씨를 의심만 하고 있었던 주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보위부 정보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서 “그렇게 보위원에게 일러바쳐서 도대체 뭘 받느냐”,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이냐”며 한마디씩 보태 일제히 A씨를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위부 스파이 짓을 하다가 제대로 망신을 당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발언 하나하나를 일러바치는 보위부 스파이에 대한 주민들의 악감정이 이번에 일시에 폭발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9년 ‘군중신고법’을 제정하고, 이후 2020년, 2021년,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개정하면서 전인민적인 신고 체계 확립을 법률로 명문화했다. 해당 법 10조에는 인민반 신고 체계 확립에 대한 내용이 명시됐는데, 이에 따라 인민반 내 주민 상호 감시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주민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이제는 집에서 웃음소리만 나도 바로 다음날 보위원이 찾아와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웃음소리가 났느냐’고 캐묻는다”며 “서로 감시하는 게 너무 심해지니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신경이 예민해져 인민반에서 싸움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모두가 똑같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