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전화 가진 송금 브로커, 작년에 뇌물로 쓴 돈이 무려…

단속 강화될수록 뇌물 상납 액수도 점점 늘어나…"송금 활동하다 단속되면 한순간에 거지 될 정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사진=데일리NK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이 단속기관의 강화된 단속과 지속적인 뇌물 요구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에 걸리면 막대한 돈을 상납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일부 주민들은 빚까지 떠안게 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신의주시에서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이용해 돈벌이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보다 뇌물 지출로 나간 돈이 더 많아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신의주시 주민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뇌물로만 무려 20만 위안(한화 약 4000만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두 차례 단속기관에 적발된 그는 각각 9만 위안(약 1800만 원), 6만 위안(약 1200만 원)을 즉시 뇌물로 바쳐 연행되는 것을 면했고, 그 외에 이른바 ‘숙제’라 불리는 단속기관 일꾼들의 금전적 요구를 들어주는 데 6만 위안을 썼다. 이로 인해 그는 현재 8만 위안(약 16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씨 만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신의주시의 또다른 송금 브로커 2명도 지난해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다 단속에 걸려 각각 10만 위안(한화 약 2000만 원), 8만 위안 정도를 뇌물로 지출했다”며 “단속 강화는 주민들의 불법적인 경제 활동을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심각한 부패를 초래하고 주민들을 경제적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정보 유출입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해 이를 최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휴대전화 주 사용자는 송금 브로커, 밀무역자, 그리고 환전상 등이다.

이들은 보위원이나 안전원 등 단속기관 일꾼들의 비호를 받으며 활동하는 대가로 정기적인 뇌물 상납을 하는데, 북한 당국의 중국 휴대전화 단속과 처벌이 한층 강화되면서 뇌물 상납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후 중국 손전화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과거 1~2만 위안 정도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지금은 최소 5만 위안 이상을 내야 해결할 수 있고, 그마저도 고위직과 인맥이 있어야만 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단속기관 일꾼들이 이따금 찾아와 추가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일도 더 많아졌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 언제든 보복이나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뇌물로 쓴 돈이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커져 몇몇 송금 브로커들은 일을 그만두고 무역회사 소속으로 밀무역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밀무역자들도 중국 휴대전화를 가지고 활동하기에 단속 대상이지만, 송금 활동으로 단속됐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고 단속기관 일꾼들의 뇌물 요구 액수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 신의주시에서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한 주민은 “코로나 이후 밀무역이 막히면서 송금 브로커로 업을 바꿨는데 이제는 다시 밀무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면서 “송금 활동을 하다가 단속되면 한순간에 금방 거지가 될 정도로 많은 액수의 뇌물을 지불해야 겨우 풀려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징역형(교화소)을 피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중국 전화기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생활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됐다”며 “단속이 강화될수록 빚만 늘어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