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 시간 건너뛰지 말라” 지시 내려오자 주민들 불만 토로

"매일 아침 위대성 자료 큰소리로 따라 읽게 해…임가공 작업반 같은 벌이조도 빠짐없이 진행”

평양전기건재공장 일꾼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양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정치사상 교양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매일 아침 ‘독보’ 시간을 건너뛰지 말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최근에 모든 기업소가 매일 아침 종업원들에게 노동신문이나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원수님(김정은) 업적을 다룬 위대성 자료를 큰소리로 따라 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중앙당이 도·시·군 당위원회를 통해 각 기관·기업소에 내린 지시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아침 독보 시간을 지키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당의 명령이다. 모든 단위에서 매일 아침 노동신문은 물론 위대성 자료를 활용해 독보를 진행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독보 시간은 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배양하고 체제를 결속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으로, 주민들은 이때 당 정책 자료나 보도물, 우상화 자료 등을 큰 소리로 읽어야 한다.

하지만 각 단위에서는 편의상 아침 독보를 건너뛰는 일이 많다. 특히 교대로 근무하는 생산 직종에서는 매일 아침 모든 직원을 집합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독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열린 제8기 제11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말단 조직까지 정치사상 교육과 선전선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되면서 각 단위에 독보 시간을 반드시 준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각 기관·기업소뿐만 아니라 임가공 작업반 같은 임시 사업 조직에서도 아침 독보를 실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새해에 들어서 생산 단위 기업소뿐만 아니라 임가공 작업반에서도 아침 7시 30분부터 8시까지 30분 동안 독보 시간을 지키라고 한다”며 “이 시간에 빠지거나 지각하는 사람은 나중에 당에 대한 충성도를 평가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임가공 작업반은 말 그대로 임가공품을 받아서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는 벌이조인데, 이런 단위에도 빠짐없이 당의 사상이 미치게 하라는 지시”라며 “단 한 사람도 조직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주민들은 “불필요한 사상교양을 왜 자꾸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자료를 읽는 것 자체는 할 수 있지만 다짐이나 결의를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독보 시간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독보 시간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결의나 다짐을 밝히고 이를 토론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를 매우 피곤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예전보다 독보 시간 참여를 힘들어하고 불만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지금 사람들은 국가의 일방적인 사상 교양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