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내용을 학습자료로 만들어 기관별로 배포한 뒤 이를 통째로 암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피로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각 지역 당위원회가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 대한 학습을 지시하고 학습자료를 배포했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은 노동이 끝난 후 집에 가지 못하고 ‘전원회의 학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학습자료에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2025년 사업 방침 ▲올해 달성해야 할 주요 경제 지표 및 생산 목표 ▲단위별 세부 목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더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인적 결의를 추가해 이를 완전히 숙달해야 하기 때문에 외워야 할 내용과 분량이 상당하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직장에 다니는 주민들은 매일 업무 시간이 끝난 뒤 학습자료를 암기해야만 퇴근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의 한 탄광연합기업소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일을 하는 한 주민은 “우리 작업반에서는 문답식 학습을 강요하고 있다”며 “하루 종일 탄광에서 일하느라 진이 빠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료를 외우게 하고 질문을 하니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직별로 전원회의 결과와 신년 목표가 담긴 학습자료를 통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간부들도 수시로 근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상급 기관 간부들까지 현장에 나와 지나가는 탄부들을 붙들고 학습 내용을 질문한다”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담당자를 불러 질책하니 매일 매일 긴장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근로자들이 학습자료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면 상급 기관 간부들이 초급 간부를 불러 질책하기 때문에 초급 간부들은 근로자들에게 수시로 “잠도 자지 말고 학습자료를 달달 외우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초급 간부들의 채근에 직장 내 분위기가 잔뜩 얼어붙어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초급 간부들이 학습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사람에게 ‘왜 그렇게 머리가 나쁘냐, 그런 것도 암기 못하는 닭대가리였냐’며 모욕적인 말을 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 때문에 초급 간부들과 노동자들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면서까지 학습자료를 달달 외워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소식통은 “‘일할 맛이 나야 일을 열심히 해서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매일 암기 내용 확인하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기분을 망치면 누가 일을 하고 싶겠느냐’. ‘전원회의 결정 내용이나 생산 지표를 외운다고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왜 지금 우리가 못 살겠나’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쓸데없는 일을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