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영하 15도 얼음판의 동상이몽…집단주의 vs 낭만주의

소식통 “스케이트 경기 대회, 강인한 정신과 단합의 구호 전달 의도...그러나 주민들은 ‘동원’보단 ‘즐긴다’는 의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하면서 "당의 은정으로 펼쳐진 야외 빙상장에 인민의 기쁨이 넘친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국의 12월은 스키장과 얼음 축제로 가족과 연인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북한은 체력 단련과 집단 정신을 강조하는 동원형 체육 행사가 핵심이다. 얼음판 위에서 한쪽은 개인의 여유와 낭만을, 다른 한쪽은 체제 결속과 집단주의를 강조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차갑게 굳어진 집단주의의 틀 안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영하 15도에서 강계정신 펼치자” vs “1등해서 상품 타자”

혹한의 영하 15도의 자강도. 룡림군에서 발원하여 강계시를 거쳐 압록강으로 흐르는 장자강은 얼음판이 되고 그 자체로 체육 경기장이 된다. 여기서 펼쳐지는 연말 스케이트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자강도에서는 매년 각 기관, 단체, 학교별로 겨울철 체육 행사가 열리며 올해는 14일부터 동기 스케이트 경기가 진행(1월 말 완료)되고 있다. 

자강도 주민들과 학생들은 각자 조직 이름을 내걸고 얼음판 위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고 한다. 그곳에는 경기장의 화려함이나 따뜻한 라운지가 없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을 뚫고 달리는 스케이트 선수들의 진지한 표정과 이를 응원하는 주민들의 열띤 함성은 그 어떤 현대식 경기장에도 뒤지지 않는다.

60대의 김 모 씨는 소식통에 “이번 겨울철 체육경기는 자강도 사람들의 강계정신을 느끼고 후대에게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단합된 기관별 선수와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 집단적 결속과 정신력을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젊은층들은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 대량아사시기) 시절 나온 강계정신에 대한 관심은 말 그대로 ‘제로’다. 그 보다는 상품을 타거나 1등을 차지해 이름을 떨치는 데 더 관심이 두고 있다.

야간에도 운영 중인 평양 '야외 빙상장'…"인민의 기쁨"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하면서 "당의 은정으로 펼쳐진 야외빙상장에 인민의 기쁨이 넘친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하면서 “당의 은정으로 펼쳐진 야외빙상장에 인민의 기쁨이 넘친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자강도 주민들, ‘동원’ 아닌 ‘즐기자’ 의미 부여…체제에 억눌린 얼굴 아냐”

북한은 스포츠를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점점 체력 단련과 화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즐거운 행사로 인식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이에 12월 들어 시장은 신식 스케이트를 구입하겠다는 학생들로 붐비고, 대회가 열리는 장자강 일대는 응원의 열기로 뜨겁다고 한다.

소식통은 “스케이트 경기 대회는 ‘자강도 사람의 본때를 보여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과 단합의 구호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진행된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동원’이 아닌 ‘즐긴다’는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별 지시에 억지로 온 건 맞지만 막상 얼음판 위에 서면 어른도 학생들도 신나게 놀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라면서 “조직적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긴 하지만 막상 되면 1등해서 상품도 타고 즐겁게 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추위 속에서도 스케이트를 타며 서로 응원하고 웃음을 나누는 자강도 주민들의 모습에서 단순히 체제에 억눌린 얼굴만 있는 건 아니다”면서 “혹독한 겨울에도 주민들은 얼음판 위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웃음을 찾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온기를 나누며 나름의 방식으로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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