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단단한 얼음 위를 넘어질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청춘 남녀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바로 이들이 사랑을 주고받는 장소로 알려진 군고구마 매대 앞이다. 이 곳은 특별한 공간으로 청춘 남녀들의 소박한 만남의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2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몇 년전부터 함흥 시내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군고구마 매대가 자리잡았다. 매대는 시와 구역 등 상업망에서 운영하고 있고, 가격은 한 봉지(2~3개)에 3000원 정도다.
최근 시세로 따지면 300g 정도의 쌀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한창 연애를 하는 청년들이 금전적 부담 없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다른 곳은 겨울처럼 꽁꽁 얼어 있어도 군고구마 매대 앞은 늘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 청년들이 주로 찾는 연애 장소로는 식당과 오락장이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과 또 추운 겨울에는 이동이 불편해 자주 가기 어렵다.
소식통은 “요즘 청년들은 연애를 할 때 실리를 따지며 쓸데없이 돈을 쓰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군고구마 매대처럼 소박한 공간에서 만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연인들의 ‘모임장소’가 됐다고 한다. 또한 군고구마 장사꾼들도 사랑을 나누는 청춘들을 보면서 생존을 위해 돈을 버는 각박한 현실을 잊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고구마 장사꾼을 통해 20대 청년들의 연애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20대 중반의 한 청년이 손전화(휴대전화) 봉사소(서비스센터)로 가는 길에 매대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옛 애인을 만났고 서로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는 등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군고구마 장사꾼은 소식통에게 “요즘 젊은 애들은 헤어지면 어색해질텐데 그런 걸 모른다”고 했다.
이 장사꾼은 이어 “또 좋아하는 사이면 고구마 봉지에서 더 큰 고구마를 서로 양보한다. 그런 순간들이 두 사람을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같다. 덩달아 나도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귈 때는 풋풋하지만 헤어지더라도 쿨한 관계로 남는 게 북한 젊은층의 추세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추운 겨울날 군고구마 한 봉지를 나누면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