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중순 북한 평양시의 2차 의료기관인 어느 한 구역병원에서 실습생이 수술하던 중 환자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 의료 과실이 아니라 의사들의 열악한 생활과 근로 환경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한 구역병원에 지난 15일 2시경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의료진은 급성충수염으로 진단을 내렸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으나 환자는 실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다.
환자를 집도한 의사가 평양의학대학 실습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북한 의학대학은 졸업생들에게 6개월간 여러 병원에 실습을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과 과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병원을 비운 상태여서 응급 환자가 들어오자 병원 측은 내과 과장을 비롯한 병원 의료진의 협의하에 그 실습생에게 수술을 위임했다.
수술을 집도한 실습생은 해당 병원에 실습을 나온 후 여러 수술에 조수로 참여했다. 평소 의료진은 그의 의술을 높게 본 편이라 수술 가능을 판단했다. 또 환자의 상태가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었기에 병원 측은 그에게 집도를 권유한 것이다.
가족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주변인들은 사망자뿐만 아니라 실습생에게도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병원에서 수술을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재 중이었던 외과 과장의 사연도 화제다. 당시 그는 아내가 시장에서 전자기기를 팔고 있던 중 안전원(경찰)에게 단속을 당해 이를 해결하려고 나갔다는 것이다. 과장은 자리를 비운 사이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현재 매우 충격에 빠져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외과 의료진들은 국가 건설 등 돌격대로 빠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배급 시스템 붕괴 및 무리한 사회적 과제가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예전 같으면 남의 일에 별로 상관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의사들에겐) 좀 눅은(싼) 가격에 쌀을 팔아주든지 해야지, 장사도 잘 안 되고 단속까지 당해 물건을 모두 빼앗기게 생겼는데 뾰족한 수가 있었겠나’라면서 이구동성으로 (체제를) 비판하는 분위기여서 놀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