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韓행 시도했던 탈북 여성, 길거리서 ‘무차별 폭행’ 당해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 코로나 이후 한국행 더 어려워져… 공안과 중국인 남편에게 이중 감시당해”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의 모습. 강 건너편 북한 함경북도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에 사는 탈북민 여성이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인 남편에게 발각돼 길거리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일 데일리NK 중국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일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에 거주하던 30대 탈북 여성 A씨가 중국인 남편과 그의 가족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현재 의식은 돌아왔지만 폭행 후유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남편과 시댁 가족들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한 이유는 A씨가 한국행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사건 당일 A씨는 시내로 나가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그의 남편이 A씨의 휴대전화에 위치 추적 설정을 해 놓은 탓에 거주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곧바로 남편에게 잡히고 말았다.  

A씨는 10년 전 탈북해 인신매매로 중국인 남성과 강제 결혼한 후 줄 곧 폭행과 강제 노동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한국행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조금 보내고 싶다며 남편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단칼에 거절 당하자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A씨는 남편에게 “조선(북한) 사람들은 겨울에 더 살기가 힘드니 가족들에게 돈을 조금만 부치고 싶다”며 간곡하게 돈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의 남편은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면서 무슨 돈을 달라는 것이냐. 너를 먹이고 입히는데 쓰는 돈이 얼마인데 조선 가족들에게 보낼 돈까지 달라고 할 수 있냐. 아이가 커가는데 돈을 보태지 못할망정 양심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한국에 가서 스스로 돈을 벌어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행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남편과 시동생은 A씨가 택시를 타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택시를 쫓아와 막아섰고 A씨를 끌어내렸다.

그리곤 길거리에서 A씨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쓰러진 A씨를 발로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중국인 남편은 이 사건 이후 A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A씨가 다시 달아나지 않도록 감금한 후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 탈북민 사회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소식통은 “많은 탈북 여성들이 조금 더 잘 살아보려고 고향을 떠나왔는데 여기(중국)서는 공안에 의해 강제 추방되지 않을까, 남편에게 맞지 않을까 더 큰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며 “예전에는 한국에 가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행이 어려워지면서 그런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