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동거를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부모의 소개로 맞선을 봐도 동거만 하면서 결혼하지 않는 게 요즘 젊은이들 추세인데, 국가는 숙박검열까지 하면서 동거를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밤 혜산방직공장 주변에 집을 구해 동거하고 있는 혜산시의 20대 여성 박모 씨와 그의 남자친구가 불시 숙박검열에서 단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인민반장을 앞세워 숙박검열에 나선 담당 안전원은 박 씨의 주민등록증을 요구했고, 주민등록증상 미혼인 박 씨가 남성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박 씨는 현재 함께 사는 남자친구와 곧 결혼할 것이라며 문제 될 것이 있느냐는 태도로 안전원에게 맞섰는데, 안전원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부터 하는 것은 비사회주의 행위라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박 씨를 몰아세웠다.
그리고는 박 씨의 주민등록증을 회수하며 “내일 안전부에 가서 처리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숙박검열에 동행한 인민반장이 끼어들어 박 씨에게 슬며시 “돈이면 다 된다”고 언질을 줬고, 결국 박 씨는 다음 날 안전원과 따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안전원은 이 문제를 더 크게 키우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박 씨와 그의 남자친구에게 북한 돈 15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150만 원이면 쌀을 150kg 넘게 살 수 있는 돈”이라며 “적지 않은 돈이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그 비용을 감수하고 동거를 지속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섣부르게 결혼부터 해서 살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하는 것보다 결혼 전에 함께 살아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 경험을 토대로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이혼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사실상 금지하고 있고, 이혼하려는 당사자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3~6개월 노동단련대에 보내지기도 한다. 이혼이 쉽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강제노동에도 처해질 수 있다 보니 혼전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금은 자유연애를 하면 동거가 기본이고 설사 부모의 소개로 마주 서도 결혼은 당사자들의 결심에 따른 거라 서로 동거를 하며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식이 됐다”며 “‘결혼할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이젠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는 동거를 비사회주의적인 일로 간주하고 동거하는 이들을 노동단련대에 보내는 처벌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