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여럿이 예금 횡령하고 고리대까지 해 ‘발칵’

주민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가뜩이나 은행 신뢰도 낮은데 이번 사건으로 더 하락

북한 조선 중앙은행
북한 조선중앙은행. /사진=북한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한 지방 은행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고객의 예금을 횡령해 온 사실이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중앙은행 평안남도 순천지점 직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객의 예금 계좌에서 자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사실이 발각돼 검찰소가 수사에 나섰다.

중앙은행 순천지점 직원들의 횡령 사실은 연말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내부 감사를 통해 발각됐다. 감사 과정에서 고객 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소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은행 직원은 총 5명으로,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 이들은 일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은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법정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를 받아 부당이익을 챙겨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은행은 와크(무역허가증)를 보유한 기업소에 시간별 또는 일별 대출을 제공하면서 30~60%의 높은 이자를 받아왔다”며 “이는 일반적인 기업소 대상 대출 이자율인 15~20%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사실상 은행이 고리대 행위를 해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번 사건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은행에서 부정과 비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주민들은 “국가가 주민들에게 적금(저금) 가입을 하라고 지시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금을 해라’, ‘은행을 이용하라’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은행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당국의 정책적 지시에 대해 비판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은행 이용을 확대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직원들의 비리 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가뜩이나 낮았던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안 그래도 주민들이 은행을 믿지 못하는데 이번 일로 더욱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비리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일개 지방 은행 직원들의 비리가 아니라 은행 고위 간부들까지 연루된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간부들도 모르게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예금의 일부를 탈취하거나 기업소 대출 이자를 높여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은행 직원들이 지금껏 횡령한 자금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주민들은 금액이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