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범죄방지법’ 전문 입수…’반동법’보다 빨리 제정돼 눈길

미성년자의 외부 문화·사상 접촉 및 범죄 예방에 초첨…준법 교육 강화하고 교사·부모 책임 강조

북한 미성년범죄방지법. /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청소년층의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제정한 ‘미성년범죄방지법’ 전문을 데일리NK가 입수했다.

이 법은 지난 2020년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채택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당시 북한은 해당 회의 개최나 법 제정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법이 북한의 대표적인 사상통제법인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12월)보다 몇 달 앞서 제정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이 먼저 제정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하위법으로 확대되는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법이 반동법보다 먼저 제정된 점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 법이 다른 법에 비해 세부 규정이 부족한 것으로 보아 기술적으로 우선 제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성년자가 상대적으로 충동적인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과 외부 정보 유입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본보가 입수한 전문에 따르면 미성년범죄방지법은 총 18조로 구성돼 있으며, 미성년자들의 범죄를 예방하고 이들을 ‘나라의 믿음직한 역군’으로 양성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법 제9조는 미성년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불순출판선전물 제작, 보관, 시청, 유포 ▲남조선 말투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는 행위 ▲이색적인 옷차림과 몸단장 ▲도박 ▲불량자적 행동 ▲미신 행위 ▲담배 및 술, 맥주 섭취 ▲흉기 소지 등을 열거하고 있다.

불순 출판물과 남조선 말투, 이색적인 옷차림 관련 내용을 앞부분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해당 문제를 북한 당국이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민법은 14세 미만을 미성년으로 분류하고 있고, 형법은 이들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 법에서 정의한 ‘미성년자’는 14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준법 교육을 강화해 이들이 범죄 및 위법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법 제5조는 “학교는 미성년의 심리적특성과 준비 정도에 맞게 법교육을 정치사상 및 도덕교육과 밀접히 결부해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7조는 부모와 후견인이 자녀, 피후견인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은 미성년자의 범죄와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신고 의무를 규정했다. 실제 법 제10조와 제12조를 통해 신고 의무를 다루는 한편, 제11조에는 자백 의무도 법문화했다. 특히 “미성년이 자백했을 경우에는 법에 따라 관대히 용서한다”는 내용을 삽입해 자발적인 신고를 장려했다.

아울러 법 제14조는 미성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식이 아닌 옷 제작 및 판매 ▲불순 녹화 편집물 제작 및 인쇄 ▲술·담배 판매 ▲학교 미출석 방조 ▲불법 노동 등으로, 미성년자 보호를 명목으로 사회 전반의 유해 요소를 제거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편, 해당 법 제18조는 민형사상 처벌이 불가능한 14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신해 “미성년 교양에 책임있는 자에게 정상에 따라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고 명시했다. 교사나 부모 등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외부 사상과 문화의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 법은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전 국민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미성년자들까지 법적 관리 체계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