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쌀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의 시장에서는 쌀 가격이 1kg에 북한 돈 7000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북한 경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6530원에 거래됐다. 2주 전 조사 당시(1일) 가격(6400원)보다 2% 올라 강보합세를 보였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시장의 쌀 가격도 평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13일 신의주 한 시장의 쌀 가격은 1kg에 6580원으로, 1일보다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지역 가운데 시장 쌀 가격이 가장 높았던 곳은 양강도 혜산이었는데, 13일 기준 쌀 가격이 7000원까지 치솟았다. 혜산 쌀 가격이 1kg에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의심 환자 발생으로 지역이 봉쇄됐던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평양, 신의주, 혜산 세 지역의 시장 쌀 가격 평균은 6703원으로, 본보가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시장 옥수수 가격도 여전히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소 등락이 있었다.
조사 결과 지난 13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는 북한 돈 31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인 이달 1일 가격(3000원)보다 100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의주와 혜산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다소 하락하면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13일 기준 신의주와 혜산의 옥수수 가격은 각각 3120원, 3200원으로 지난 1일보다 80원, 100원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의주와 혜산의 옥수수 가격은 9월 중순 이후 가격이 작은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 사이에 햇옥수수가 시장에 공급되면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고 대체 식량의 영향으로 쌀 가격까지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현재 시장들에는 햇옥수수가 풀린 상태지만 옥수수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중순 쌀 평균 가격이 5033원, 옥수수 평균 가격이 2683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북한 시장의 쌀과 옥수수 평균 가격은 각각 33.1%, 17% 높은 상태다.
이렇게 현재 곡물 가격이 예년과 비교할 때 크게 상승한 것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식량 공급량 부족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작황이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급량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장으로 들어가는 식량 공급량이 양곡판매소로 인해 예년보다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이 양곡판매소 판매분을 우선 확보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곡물량이 감소한 것이 시장 식량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 연구위원은 “현재는 가을 수확 직전 쌀 부족이 심화되는 시기인 점 등도 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식량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난이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주식인 쌀과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쌀 소비를 줄이거나 옥수숫가루를 채소와 함께 끓인 ‘강냉이죽’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주민들이 훌쩍 늘었다.
소식통은 “요즘은 누렇게 떠서 팔 수 없는 시래기나 배춧잎을 주워서 강냉이(옥수수)가루와 섞어 죽을 만들어 먹는 집들이 많다”며 “가을이 돼 먹는 게 조금은 나아질 거로 생각했지만 쌀 구경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농촌에는 가을인데도 굶는 세대가 있을 정도”라며 “총을 든 군인들이 밤낮 창고를 지키고 있어 농장원들이 제 몫으로 한 줌이라도 낟알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