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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평안북도에서 속눈썹이나 가발 제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자본 없이 노력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속눈썹이나 가발 제작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시, 구성시를 비롯한 평안북도 내 여러 시·군에서 속눈썹과 가발 제작에 뛰어드는 주민들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여학생들까지 등교하지 않고 이 일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 속눈썹과 가발 제작은 코로나19 시기 국경봉쇄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가 국경봉쇄가 완화되면서 현재는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속눈썹 1개를 만드는 데는 밤을 새우면 하루, 짬 시간을 이용하면 2일 정도가 걸리고, 가발 1개는 부지런히 해야 3~4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속눈썹이나 가발 제작은 코로나19 전까지 중노동으로 여겨져 주민들은 정말 가난하지 않으면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돈벌이가 어려워 강냉이(옥수수)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다 보니 밑돈이 없어도 노력만으로도 부족한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이 일에 나서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10~15일간의 견습 과정을 거쳐 만든 제품이 도 무역국 소속 무역기관 담당자로부터 합격을 받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말부터는 제작의 대가로 쌀 대신 현금(북한 돈)이 지급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최근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북한에서 속눈썹을 제작해 무역기관 담당자에게 가져다주면 100개 기준으로 두꺼운 것은 현금 3000원, 얇은 것은 5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전에는 쌀 500g, 900g을 받았지만, 지금은 현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의 쌀 1kg 가격을 대략 6500원으로 상정했을 때, 쌀 500g은 3250원, 900g은 5850원이다. 대가를 지급하는 측에서는 쌀 대신 현금을 주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한 셈이다.
또 가발의 경우 크기와 무게에 따라 과거에는 쌀 5kg, 8kg, 12kg이 지급됐으나 현재는 12kg 지급은 아예 없어졌고, 최소 1만 5000원에서 최대 3만 원의 현금을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재 시장에서 쌀 5kg 가격이 대략 3만 2500원이라는 점에서 훨씬 적은 대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일부 초급중학교 여학생들이 등교할 대신 속눈썹·가발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로 생활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로, 속눈썹이나 가발을 제작해 번 돈을 한 푼 쓰지 않고 모아 집안 살림살이에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학교에 가지 않고 밤낮 속눈썹과 가발을 만들어 번 돈으로 쌀 5kg을 사 온 신의주의 한 초급중학교 여학생의 사연이 전해져 안쓰러워하는 주민이 많다”며 “10대의 어린 나이에 벌써 철이 든 것도 가슴이 아픈데 살림살이에 보태겠다며 돈벌이에 애를 쓰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