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의 사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통제 및 처벌 수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15살 청소년들이 한국 가요를 들었다는 이유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전천군의 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두 명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동갑내기 친구로 같은 학급에 재학 중이었으며, 학교생활이나 교우 관계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mp3 플레이어에 한국 노래를 담아 듣고 몇몇 다른 친구들에게도 한국 노래를 들려준 것이 문제시됐다.
이들은 한국 노래 청취 사실을 알게 된 한 학생이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체포됐고, 실제 보위부 조사 결과 이들이 소지한 mp3 플레이어에 한국 노래 수십 곡이 담겨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괴뢰(한국을 낮춰 부르는 말) 노래를 들은 죄에 더해 유포한 죄까지 더해져 더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됐다는 전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로 한국 노래를 듣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곤 했지만, 최근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용 내역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면서 휴대전화로 외부 음악을 듣거나 영상물을 보는 주민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에 mp3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주민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mp3 플레이어는 기계를 감추거나 버리면 되기 때문에 검열을 피하는데 용이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 학생들이 보위부에 체포된 지 일주일 만에 그 가족들도 행방불명돼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결과 자녀 교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그 부모는 물론 형제들도 연좌제로 사실상 종신형에 해당하는 정치범수용소행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건에 이웃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해당 지역 사회 분위기도 바짝 얼어붙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자강도 일대가 이 사건으로 떠들썩하다”며 “보통 어린 학생들의 경우 한국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 또는 영화를 시청했다고 해서 관리소 처분까지 내리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 학생들이 한국 노래 좀 들은 것을 가지고 온 가족을 관리소에 보내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말이 많다”며 “주민들 속에서는 ‘군수공장이나 군사 시설이 많은 자강도 주민들의 사상이 자본주의 문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포 조성 목적의 본보기 처벌을 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청소년과 청년 등 젊은 세대의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해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이어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잇달아 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