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급등하니 가짜 달러 판쳐…장사꾼·환전상 ‘울상’

외화 거래 강력 단속으로 상인·환전상들 급히 돈 챙기는 허점 이용해 위조 화폐 사기 행각↑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시장에서 북한 원·달러 및 위안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짜 외화를 가지고 다니며 북한 돈으로 바꾸는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성시에서 일부 주민들이 가짜 달러를 진짜인 줄 알고 받았다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장마당 장사꾼들과 돈데꼬(환전상)들”이라고 말했다.  

북한 대도시에서는 달러나 위안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상인들이 위조 화폐를 받고 물건을 판 것이다. 

또 시장에서 외화를 환전해주는 돈데꼬들도 가짜 달러를 판별하지 못하고 이를 북한 돈으로 바꿔줬다가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평성시 평성동 장마당에서 담배 장사를 하는 김 모 씨은 100달러를 받고 1보루에 7달러짜리 담배 4보루를 팔면서 거스름돈으로 72달러를 내줬다. 

1보루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4보루나 판매한 그는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 담배를 사기 위해 도매상을 찾아가서야 자신이 받은 100달러가 위조 화폐인 것을 알게 됐다. 충격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피해를 보상 받을 길이 없었다.   

같은 방식으로 공업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도 가짜 달러를 받아 100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지난달 20일 50대 환전상은 젊은 남녀에게 300달러를 환전해 주었는데, 이 중 100달러만 진짜 화폐였고 나머지 200달러는 위조였다.

이처럼 최근 계속해서 가짜 달러에 의한 사기를 당하는 주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의 공통점은 최근 외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외환 거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점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 당국은 외화 환율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서 주민들이 외화를 이용해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외화를 거래하다 규찰대나 안전원에게 적발되면 물건과 돈을 몰수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단속 때문에 상인들은 규찰대나 안전원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외화 거래를 하고 있다. 

달러를 받을 때 빨리 화폐를 받아 숨켜야 하기 때문에 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범인들은 이런 취약점을 이용해 대담하게 위조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환율이 역대 최고치로 오르면서 현재 북한 시장에서 외화를 팔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수요자만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작은 돈을 환전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환전상들은 외화를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두팔 벌려 환영하는 상황이라 조급한 마음에 가짜 외화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30대의 젊은 남녀가 비싼 옷을 입고 나타나 돈주 행세를 하며 환전상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진짜 외화를 보여주고 신뢰를 쌓은 뒤 돈데꼬들이 모든 돈을 확인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해 환전을 빨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 피해를 본 50대 돈데꼬도 이런 남녀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국의 단속을 이용해 범죄자들이 사기 행위를 벌이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가짜 딸라(달러)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장사꾼들은 하루에 강냉이(옥수수) 1kg를 살 돈도 벌지 못하는데 가짜 돈으로 사기까지 당하면 정말 사는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외화를 바꾸다가 피해를 입은 장사꾼들은 살아갈 길이 없다고 피해를 호소하며 안전부에 신고하지만 정작 안전부는 범죄를 수사하기보다는 불법으로 돈을 버니 그런 일을 겪는 것이라며 책임을 피해 주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