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목표로 지방공업공장 활성화를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원료확보 사업의 일환으로 각 지역 원료기지사업소의 부업지 농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평안북도 일부 지역에선 작황 부진으로 원료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달 중순부터 염주군의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들에서도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 부업지 작황은 예년 대비 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해 군 안의 여맹원들은 물론 각 단위의 간부 가족까지 나서서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 농사 지원에 힘을 썼으나 예상보다 수확량이 적어 실망하는 분위기가 크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내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해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는 각 지역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 농사를 확대해 자급자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염주군의 경우 10여 개의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재배된 옥수수와 콩을 비롯한 농작물은 식용유, 물엿, 된장, 간장 등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식품공장이나 식료공장에 원료로 공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올해 염주군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 농사에 대대적인 노력과 영농물자가 투입됐지만 재해성 기후, 특히 폭우의 영향으로 강냉이(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는 원래도 일반 농장들에 비해 노력 동원도 잘 되고 영농물자 준비도 잘 돼 항상 수확량이 많다는 인식이 강한데, 실제로 올해는 더 많은 노력과 물자를 투입했음에도 옥수수 수확량이 작년보다 30%가량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식통은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 작황 부진은 지역의 기초식품공장, 식료공장의 생산 활동에도 차질을 주기 때문에 공장들에서 원료확보를 담당하는 부서의 부원들을 비롯한 관련 일꾼들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원료확보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공장은 계획된 생산량을 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공장 일꾼들은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당의 지시는 자급자족, 자력갱생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을 이루라는 것이지만, 원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원료기지사업소 부업지를 통한 원료확보가 안 되면 군량미로 바칠 농작물도 부족한 농장들에 부담이 전가될 것이고, 농장을 통한 원료확보도 안 되면 결국에는 기관기업소 세대들이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