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北 노동자들, 계속되는 귀국 연기에 스트레스 극심

귀국을 희망으로 여기고 버티지만 기약없어 극단 선택도…관리 간부들 달래고 입막기에 급급

중국 랴오닝성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에 파견된 일부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되는 귀국 일정 연기와 기숙사-공장만을 오가는 답답한 생활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에는 한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한 의류 공장에 파견돼 일하던 북한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기 전 중국에 파견된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노동자로, 중국 현지에서 일한 지 5년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이 통제된 노동자 단지 내에서 수년 동안 외부 세계와 차단된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중 대다수는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 여성 노동자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귀국할 것을 예상하고 고향에 갈 준비를 해왔지만, 귀국 일정이 계속해서 연기되자 주변 동료들에게 “하루 종일 이렇게 일만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동료들이 기숙사에 쓰러져있는 그를 발견하고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 의식을 되찾아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곧 집에 간다고 들떠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다 사 놨는데, 언제 귀국할지 알 수 없어지니 희망을 잃고 이런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제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북한 노동자들은 귀국을 희망으로 여기고 버티고 있으나 기약 없이 귀국이 계속 연기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국경봉쇄가 완화되고 북중 간 무역이 확대되면 노동자 인력 교체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 재중 북한 노동자 교체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중 간 육로 무역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린(吉林)성을 통해 북한 신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입국하고 있지만. 대부분 100명 이하로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노동자 파견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기존 노동자를 귀국시키면 중국 현지 공장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북한은 기존 노동자들의 귀국을 일단 보류한 상태로 보인다.

현재 현지 북한 무역회사들은 노동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는 노동자들만 간헐적으로 귀국 조치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북한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간부들은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줄 만한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된장국에 채소볶음 등으로 부실한 식사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돼지를 잡아 고기반찬을 제공하거나 휴식 시간을 확대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간부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고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노동자들을 달래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