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옥수수) 가을걷이가 끝난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농장에서 땅에 떨어진 옥수수 이삭을 줍던 주민이 규찰대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5일 저녁 8시경 발생했다.
무산광산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주민 A씨는 다섯 식구를 거느린 가장으로,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배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내의 남새(채소) 장사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자 휴일마다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다 팔면서 조금씩 벌이를 해왔다.
A씨의 집 근처 야산은 모두 민둥산이라 사건 당일 A씨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내려오던 길이었는데,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밭을 지나다 땅에 떨어진 이삭을 보고 지고 있던 나뭇짐을 내려놓고 하나둘 줍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규찰대원들에게 발각됐고, 밭에서 나오라는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삭을 줍다가 끝내 폭행을 당해 숨지고 말았다.
앞서 무산군 당위원회는 이달 초 수확한 농작물의 보관·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낟알 허실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이 있는 지역의 담당 안전원들이 규찰대를 조직해 순찰 근무에 나서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담당 안전원들은 체격이 좋고 주먹이 센 청장년 2~3명씩 조를 짜 24시간 동안 농장 밭과 창고, 탈곡장 등 주변을 순찰하는 규찰대로 배치했다는 전언이다.
사건 당일 옥수수밭을 순찰 중이던 규찰대원들은 길가에 놓여 있는 A씨의 나뭇짐을 보고 도적은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에 그에게 곧장 달려들지 않고 일단 밭에서 나오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규찰대원들을 힐끔 쳐다보는 데 그칠 뿐 이후에도 옥수수밭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면서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제대군인 출신 규찰대원 1명이 A씨를 향해 달려가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렀고, A씨는 저항할 새 없이 그 자리에 고꾸라져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깔리기 전이라 당시 상황을 두 눈으로 목격한 주민들이 여럿 있었고, 옥수수 이삭을 줍다가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A씨의 소식은 이후 일파만파로 퍼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 삼삼오오 이삭줍기하는 ‘이삭꾼’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삭을 줍는 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가을걷이가 끝난 농장 밭에 들어가는 것도 무단 침입으로 여겨져 노동단련대에 보내지고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은 물론 국가 알곡에 손을 댄 행위로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이삭을 빨리 줍지 않으면 썩어서 먹지도 못하게 되는데 그것은 허실이 아닌가”, “세상이 점점 왜 이렇게 팍팍해지나”라며 땅에 떨어진 이삭조차 줍지 못하게 통제, 단속하는 국가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제대군인 규찰대원은 현재 무산군 안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