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무단이탈했다가 두들겨 맞아…주민들 가슴 ‘철렁’

정권 수립일 특별경비근무 기간에 벌어져 더 크게 문제시…“얼마나 배고팠으면” 동정 여론 일어

압록강 유역 초소에서 근무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 특별경비근무 기간에 양강도 삼수군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 군인이 배고픔에 무단이탈했다가 붙잡혀 심하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정권 수립일 특별경비근무 기간인 지난 8일 저녁 국경경비 25여단 산하 중대 소속 20대 남성 군인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무단이탈해 민가에서 음식을 구걸하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단순한 무단이탈로 처리될 사안이었지만,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를 강화하는 특별경비근무 기간에 발생한 일인 만큼 부대에서는 이를 탈영 사건으로 간주하고 엄정 대응에 나섰다.

실제 군인이 무달이탈한 사실은 사건 발생 4시간 후 그가 속한 분대-소대-중대를 거쳐 대대 참모부에 보고됐다. 대대 참모부는 그 즉시 소대장(소위) 1명과 소대원 3명 등 4명으로 구성된 수색조를 조직해 부대 인근 주변 사택마을에 대한 수색을 지시했다.

결국 군인은 수색이 시작된 지 10시간 만에 발견됐고, 주민들도 다 지켜보고 있는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다.

소식통은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말리기도 했으나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폭행했다”며 “이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급이 하급을 대하는 태도와 처신에 원성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주민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뛰쳐나와 먹을 것을 구걸했겠느냐”, “저렇게 죽어라 맞을 만큼 큰 잘못을 한 것이냐”, “배고픔을 견디며 군복무를 하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는 등 부대를 무단이탈한 군인을 동정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으며 규율만 강조하는 것이 참 답답하다”, “우리 자식들도 군대에서 저런 일을 당할까 봐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북한군 내부의 열악한 식량 사정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소식통은 “밀수가 활발했던 이전에는 국경경비대도 돈을 벌어 군복무 중에 장가갈 준비까지 다 했으나 지금은 밀수도 안 되고 식량이나 물자도 넉넉하지 않아 군인들이 배고픔에 무단이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군에서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기 보다 무차별적인 구타로 군인들을 다루고 있어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