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일부 보위원들이 9월 9일 정권수립일(9·9절) 계기에 탈북민 가족들을 대상으로 돈 갈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기념일 중 하나인 9·9절에 상급에 바칠 뇌물과 자신들의 명절 자금 마련을 위해 탈북민 가족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1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에 사는 여러 탈북민 가족들이 공화국 창건일(북한 정권수립일)을 맞아 관할 담당 보위원들에게 현금을 갈취당했다”면서 “남은 돈 일전(한푼) 없이 가지고 있던 자금을 모두 빼앗겨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탈북민 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진시 보위원들은 9·9절을 앞두고 돈이 있을 법한 세대들을 찾아다니며 ‘숙제’(상납)를 내렸다. 이들은 인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강하게 협박하기도 하면서 탈북민 가족에게서 거액의 돈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5일 청진시의 한 탈북민 가족은 집에 찾아온 담당 보위원에게 1만 3000위안(한화 약 245만원)을 바쳤다고 한다.
“9·9절을 맞아 큰 간부의 숙제를 받았다. 웬만하면 안 찾아오겠는데 너무 급해서 왔다. 있는 돈 만큼 좀 도와달라”며 호소하는 보위원에게 이 탈북민 가족은 “벌이도 변변치 않은 데다 몸도 아파 장사하러 나가지도 못해 당장 먹을 쌀도 없다. 돈이 있으면 도와주겠는데 정말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보위원은 “그동안 내 이 집에 모를 사람이 왔다가도 눈 감고 있었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조용히 좋게 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보위원을 한 명 더 불러 가택수색해 돈이 나오면 그땐 어떻게 되겠는지 더 잘 알지 않나”라며 위협을 가했다.
결국 탈북민 가족은 그 자리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그동안 제3국에 살고 있는 가족이 보내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 가족은 한순간에 돈을 모두 빼앗겼다”며 “워낙 감시가 심해 돈이 있어도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돈을 간수만 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빼앗겨 버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7일 청진시의 또 다른 탈북민 가족도 담당 보위원에게 3000위안(약 56만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60대의 노인 부부인 이들은 중국에 사는 자식이 있는데, 보위원은 이날 이들을 찾아와 “얼마 전 (자식에게서) 돈을 받은 것은 물론 돈이 있는 위치도 다 알고 있다. 돈을 조용히 내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이달 초 중국에 있는 자식에게서 돈을 받았던 지라 불안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혀 홀린 듯이 보위원에게 돈을 건넸고, 현재 끼니 해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은 평소 탈북민 가족들이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뜯어낸다”면서 “탈북민 가족들은 혹시라도 보위원들에게 잘못 걸려들었다가 큰 피해를 보게 될까 봐 작은 협박에도 겁을 먹고 순순히 돈을 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명절이면 상급에서 떨어지는 숙제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는 보위원들의 꼴은 가히 소름이 끼칠 정도”라면서 “탈북민 가족들은 가뜩이나 추석까지 다가오면서 또 돈을 갈취당하지는 않을지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자신들의 처지에 서글픔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