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예상 수확량 판정서 주먹다짐…농민 울분의 표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9월 13일 “황주 긴등벌이 강냉이(옥수수) 수확으로 끓고 있다”며 옥수수 수확 현황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농장들에서 강냉이(옥수수) 예상 수확량 판정을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예상 수확량 조사 현장에 동원된 농업경영위원회, 인민위원회 공무원들과 농장 관료들 간 난데없는 언쟁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졌다. 결국 개천시의 한 농장 작업반장과 기술원, 농장 부경리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안전부에 구류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해마다 보게 되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지만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언제까지 저런 꼴을 봐야 하느냐는 게 주민들의 심정이라고 전했다.

왜 이 같은 일이 지속되는 걸까. 일단 북한 당국은 예상 수확량 추정할 때 될수록 높이 잡으려 하고 농장, 작업반, 분조 등 생산 단위는 낮게 잡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추정된 예상 수확량에 기초하여 국가 의무 수매계획이 할당되는데 농장은 생산을 적게 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국가에 적게 바쳐야 농장과 농가에 유리하고, 정부는 높게 잡아야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1년 동안 피땀을 흘리며 고생한 농민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평안남도 개천시의 한 농장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며 전국의 모든 농장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정부에 유리하게 판정이 된다.

예상 수확량 조사를 위한 판정은 적게 잡는 것도, 많이 잡는 것도 문제이며 최대한 정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양곡 생산량 조사는 예상 생산량 결과를 통한 효율적인 양정(糧政)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므로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표본 대표성 확보를 위한 조사 필지 확대 및 배분 개선이 필요하며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보장하기 위해 품종과 시기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2022년 일본의 예를 들면 쌀 예상 생산량을 측정하기 위해 쌀 재배 면적 125.1만ha를 대상으로 1만 개 조사 필지 표본을 구축하여 쌀 생산량 조사를 수행하였다.

북한과 같이 재배 면적을 고려하지 않고 농장과 작업반에 나가 일방적으로 조사 필지를 정하고 수확량을 결정하는 것은 농장과 농민의 의견을 전혀 고려 하지 않는 독단적인 행위다. 예상 수확량이 정부 당국의 의도대로 부풀려지면 사전 대응을 하지 못해 식량부족으로 농민과 주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북한에서 농업생산 및 농축산물 공급계획의 주체는 국가(내각 국가계획위원회)였다. 즉 국가의 경제 계획이 공공 관청의 성격을 지니고 수직적 제도에 의해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이때 곡물 생산과 공급계획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는 부정확한 자료 보고를 통해 이뤄지며 조정은 명령이나 지시를 통해 진행된다. 이러한 형태의 방식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각 생산자 주체가 농업생산물의 양, 가격에 대해 관료조직으로부터 지시받는 게 아니라 정보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또 북한 당국은 식량문제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조사 방법을 선택하고 조사 필지를 세분화하여 정확히 판정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곡물은 외부에서 수입하는 대책을 세워 농민과 주민의 생존을 위한 기본 수단인 식량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