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앞두고 노래 보급 사업 진행…충성심·대적 관념 고취

김정은 찬양곡 '친근한 어버이', 전시가요 '결전의 길로' 보급 지시…"살 걱정 태산인 주민 화만 돋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4일 함흥청년전기기구공장의 종업원들이 “군중예술활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9·9절(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을 맞아 체제의 정통성과 대적(對敵) 관념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찬양곡과 전시가요 보급 사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함경북도 당위원회 선전선동부는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도내 시·군 당위원회에 “공화국 창건일 전까지 당 및 근로단체 정기학습, 집중학습 시간을 이용해 노래 ‘친근한 어버이’와 ‘결전의 길로’ 보급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군중정치사업의 일환으로 당 및 근로단체를 통한 노래 보급 사업을 활발히 벌였다. 이를 위해 각 단위에 선동원 또는 노래 보급 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집체 학습에 앞서 10분가량을 할애해 노래를 보급하고 있다.

이번 9·9절을 계기로 한 노래 보급 사업에 선정된 두 곡 중 ‘친근한 어버이’는 올해 4월 발표된 최신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온 나라 가정의 친어버이로 모시고 있는 자긍심, 그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일종의 찬양 노래다.

또 다른 한 곡 ‘결전의 길로’는 6·25전쟁 시기 창작된 곡으로, 원수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비장한 내용을 가사로 하고 있다.

<친근한 어버이> 1절 가사

어머니 그 품처럼 따사로워라
아버지 그 품처럼 자애로워라
슬하의 천만자식 한품에 안고
정을 다해 보살피시네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령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인민은 한마음 믿고 따르네
친근한 어버이

<결전의 길로> 1절 가사

가열한 전투의 저기 저 언덕
피 흘린 동지를 잊지 말아라
쓰러진 전우의 원한 씻으러
나가자 동무여 섬멸의 길로

만세 만세 만세 높이 부르며 원수의 화점을 짓부시며 앞으로
원수의 화점을 짓부시며 앞으로 나가자 동무여 결전의 길로

소식통은 “‘친근한 어버이’는 나온(발표) 이후에 방송차를 통해 계속 내보내서 흥얼흥얼 따라 할 정도인데 ‘결전의 길로’는 전쟁 시기 나온 노래여서 재미조차 없다. 가뜩이나 사는 게 우울한데 때아닌 때 원수를 무찌른다는 노래를 보급하니 10분 시간이 참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금 청년들은 전시가요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면서 “당(黨)에서는 혁명가요(일제강점기 당시 항일무력투쟁의 정신을 담아 창작·보급한 노래)와 전시가요를 많이 부르며 적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도록 하지만 씨알도 안 먹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9·9절 계기 노래 보급 사업을 통해 3대 세습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대적 관념을 확립시키려 하고 있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주민들에겐 이런 당국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청진시 수남구역의 50대 여맹원 김모 씨(가명)는 집중학습이 다 끝났는데도 노래 보급을 한다며 귀가시키지 않자 동 당비서를 향해 “당장 남새(채소)를 넘겨받으러 시장에 나가야 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또 청진시의 한 공장의 50대 종업원 이모 씨(가명)는 학습을 마치고 나오면서 동료들에게 “‘친근한 어버이’는 노래가 너무 빨라 숨이 찬다. 나이 먹은 내가 따라 부르기엔 버겁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랫말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따라부르기에 급급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노래를 가르치는 선동원 등도 보급 시간을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루해하는 모습이 역력한 대상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다 아는 노래입니다”라며 대충 합창하게 하는 식으로 매듭짓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살아갈 걱정이 태산인 주민들에게 노래 보급과 같은 사업은 오히려 화(火)를 돋우는 요소가 될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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