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에 북한 노동자 70여 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대부분이 60세를 전후한 나이 든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27일 러시아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블라고베셴스크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카레이스키예 스타리키’(조선 노인들, Корейские старики)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건물 내부에서 벽체 미장, 타일 붙이기, 도배와 같이 힘보다는 기능을 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북한 노동자들은 스스로 ‘농사(농업) 비자’를 받아 러시아에 입국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유학생 등 다른 신분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2397호)로 노동비자 발급이 어려워지자 북한 노동자 상당수는 유학생 비자 등 편법으로 러시아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특히 현지 북한 노동자 중 일부는 러시아 총 체류 기간이 5~10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져, 2019년을 전후해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러시아에 재입국하면서 유학생이나 교류·연수 등 다른 목적의 비자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2019년 12월까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할 데 대한 대북제재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도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이후 북한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유학생 비자를 쥐여 주고 재파견시켰다는 게 러시아 현지 건설 부문 관리자들의 말”이라고 했다.
러시아 총 체류 기간이 5~10년 된 블라고베셴스크 현지의 북한 노동자들도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재 북한 노동자들은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월에 1만~1만 2000루블(한화 약 14~17만원) 정도의 수입밖에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 달에 북한 노동자 한 사람당 월급은 원래 15만 루블(약 220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북한 회사가 유지비와 국가 계획분 등으로 상당 부분을 제하고 1만~1만 2000루블 정도만 생활비로 손에 쥐여 준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에서는 루블을 쓸 수 없기에 북한 노동자들은 루블로 받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 달러로 환전해서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코로나 전에 비해 껑충 뛴 환율 때문에 큰돈을 쥐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코로나 전 달러·루블 환율은 60루블이었으나 현재는 90루블 수준이다.
소식통은 “오랜 해외 노동자 생활의 종착점이 빈털터리로 끝날 수 있다는 것으로 탈북을 꾀하는 노동자들도 여럿”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