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이용객들 피부병 호소…오수 정화장 범람이 원인?

연간 계획 수행 때문에 폐쇄는 않고 "스스로 조심하라" 경고만…주민들 "이용 금지해야 마땅"

해수욕장을 찾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최근 북한 서해 연안의 해수욕장을 이용한 주민들 속에서 피부병이 유행함에 따라 북한 당국이 해수욕장 이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발생한 폭우로 정화 시설이 역류해 오염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게 피부병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22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남포시 와우도 해수욕장을 비롯해 서해안의 주요 해수욕장을 이용한 주민들에게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가려움증과 두드러기, 발진 등의 피부병 증세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국은 지난 9일 인민반, 공장·기업소 등에 해수욕장 이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인민반들에는 실제 회람장 형태도 지시가 전달됐는데, 여기에는 최근 와우도 해수욕장을 이용한 주민들이 심한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상황 설명과 함께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해수욕장 주변 오수 정화장들이 범람해 오물이 해수욕장으로 흘러든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당국은 피부병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상황임에도 해수욕장 이용을 자제하라고 권고만 할뿐 해수욕장 이용을 전면 통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수 정화장에서 범람한 오물이 해수욕장으로 흘러들어 피부병을 유발하고 있고 이것이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면서도 해수욕장을 폐쇄하기는커녕 해수욕장 이용객들이 스스로 조심하라는 무책임한 입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남포시 와우도 해수욕장은 여름철이면 주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한 곳으로 인민경제 연간계획 수행 때문에 문을 닫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대신 주민들이 스스로 조심하면서 해수욕장 이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당국이 해수욕 금지령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걸핏하면 단속하고 통제하면서 주민 건강과 직결된 이런 일에는 이리도 무책임하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오수물이 범람해 바다까지 흘러 들어갔고 이 때문에 병이 발생했으면 당연히 해수욕장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고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하려는 노력이나 대책을 내야지 해수욕장을 이용하려면 하고 책임은 알아서 지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노골적으로 불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해수욕장 이용을 막지 않아 주민들 속에서 피부병 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주민 불안과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