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박막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폭우 피해 농장원 처벌

폭우에 토피집 무너져 농장 재활용 비닐박막 급히 가져다 썼다가 문제시돼…농장원들 분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24일 “폭우와 많은 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긴장성을 계속 견지하며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독려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북도 회령시 국경 지역에 있는 한 농장의 농장원이 폭우에 무너진 집의 추가 피해를 막으려 농장의 재활용 비닐박막을 가져갔다가 문제시돼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50대 농장원 김모 씨는 지난달 말 회령시 국경 지역에 닷새간 쏟아진 폭우로 살고 있던 토피집(북한식 황토집)이 허물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그는 당시 무너진 벽체 사이로 들어오는 빗물을 막으려 급히 농장 작업반 선전실로 달려가 그곳에 있던 비닐박막을 가져갔는데, 농장 측은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이유로 문제 삼고 나섰다.

김 씨가 가져간 것은 1.5mx5m 크기의 비닐박막 3장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새것이 아니라 올해 두세 달간 강냉이(옥수수) 영양단지 모판을 덮었던 재활용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농장은 “절차도 밟지 않고 농장 재산에 손을 댄 건 잘못된 행동”이라며 분주소(파출소)에 김 씨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주소에 가게 된 김 씨는 “집이 당장 무너질 형편이어서 승인을 받겠다고 누구를 찾아다닐 시간이 없었다”며 사정을 설명했지만, 결국 그는 열흘 간의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게 됐다.

다만 이번 사건은 농장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긴급한 상황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신고해 벌을 받게 한 농장 측에 대한 농장원들의 비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농장원들은 “집이 무너져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에서 오죽했으면 그 너덜너덜한 박막을 가져갔겠느냐”, “집 보수는 못 해줄망정 낡아빠진 비닐박막이 뭐라고 신고하느냐”며 분노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여론이 일자 농장 측은 “아무리 바빠도 절차가 있는데 농장 재산을 가져갔으니 책임은 져야 한다”, “폭우에 집을 잃었다면 농장에서 새집을 배정해 줄 수 있겠지만 대보수에도 해당 안 되는 피해니 본인이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농장원들은 “농장 일꾼(간부)들 비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며 더 크게 분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피해를 본 농장원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원칙만 내세우는 농장의 처사에 농장원들은 봄철 비료부터 시작해 감자, 콩, 강냉이 등 생산물을 조절하는(빼돌리는) 간부들에 비하면 박막을 가져간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농장원들은 무보수 노동 처벌을 내린 분주소 담당 안전원에 대해서도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감투 쓴 사람들은 꼭 먹을 알이 없으면 하나같이 책대로(규정대로) 한다고 말한다. (김 씨가) 아마 담배 한 갑이라도 고였다면 한 번 출석을 긋게 하고 그냥 넘어 갔을 게 뻔하다’면서 날이 갈수록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토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