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소재 북한 건설회사 노동자 10여 명이 최근 국가계획분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귀국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은 “북한 건설회사 노동자 10여 명이 상반기 국가 계획분 자금을 못 낸 악질 대상들로 찍혀 이달 초 북한으로 송환됐다”며 “지난 6개월간 국가 계획분을 달성하지 못한 이들을 즉시 귀국시키라는 대외건설지도국의 지시가 7월 중순에 내려졌고, 그 결과 이달 초 일부 노동자들이 귀국 조치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 북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귀국 조치된 이들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취급되지는 않지만, 조국(북한)으로 돌아가면 비판받고 다시 해외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번 지시는 고질적으로 계획분 수행을 못 하는 대상들과 작업소, 회사 전체에 대한 일종의 경고나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올해 상반기 국가계획분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 침체와 북한의 통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해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북한 건설회사의 일감이 작년에 비해 올해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며 “북한 건설회사가 돈을 벌려면 러시아인, 고려인, 한국인 등 국적불문 다양한 건설 대방과 청부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인데 국가의 지침은 러시아인만 상대하라는 것이어서 돈을 벌 기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전쟁 여파로 건설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 북한 당국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지도 못하게 통제하고 있어 북한 건설회사들의 외화벌이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계획분 달성이 지난한 상황에서 결국 책임은 노동자들이 지게 돼 본국으로 송환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귀국 명령을 받은 북한 노동자들은 귀국 직전 러시아 현지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중고 옷과 신발, 가방 등을 마구잡이로 주워 이를 자신들의 귀국 짐에 고스란히 담아 북한으로 되돌아갔다는 전언이다.
이는 값비싼 전자제품, 악기 등을 들고 귀국한 러시아 주재 북한 영사관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북한 노동자들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줄 선물은커녕 러시아인들이 버린 옷가지들도 겨우 들고 갔다고 소식통은 말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귀국하는 주러 北 영사관 직원들 이삿짐에 뭐 실렸나 보니…)
소식통은 “몇몇 러시아 사람들은 국가(북한)의 외화를 벌기 위해 외국에 나와 손에 돈 한 푼 쥐어 보지도, 가족에게 뭐 하나 사다 주지도 못하고 분리수거된 물건을 가지고 가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에 동정심이 생긴다면서 불쌍하고 가엾게 바라봤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건설회사 관계자의 말이 이달 중으로 니즈니노브고로드 북한 건설회사에 60여 명의 노동자들이 새로 온다고 한다”면서 “10여 명이 들어가고 60여 명이 나오는 것은 국가계획분 미달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져 러시아 현지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긴장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