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울타리 교체한다며 자재 부담시켜 학부모 ‘분통’

교육 현대화 명목으로 울타리 교체 공사 지시…'꿀벌운동'도 모자라 학생들 작업에도 동원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교육 현대화를 명목으로 시설 개선을 주문하면서 학부모들에게 세외부담이 전가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12일 “평양시 선교구역 당위원회 교육부에서 지난 5월 구역 안의 학교들에 교육 현대화 과제를 내려보냈는데, 그중 하나가 교육기관의 겉모습부터 시대적 미감에 맞게 일신시키라는 것이었다”며 “구체적으로 구역당은 기존의 울타리를 철제 울타리로 바꿔 외부에서 학교 운동장이 보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런 것은 학교들에서 자체로 알아서 하는 식이다 보니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을 고려해 구역당에서도 올해 안에 끝내는 과제로 제기했다”며 “현재 학교마다 작업이 각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곳은 6월 중순경부터 시작하기도 했고 어떤 곳은 여전히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위에서는 돈 있고 힘 있는 학부모들 한두 명을 동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나서는 학부모가 없어 학교들은 ‘꿀벌운동’(개별 학생들이 자재를 조금씩 모으는 일)을 벌이고, 이로써 준비가 되면 작업에 착수해 대부분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학교들은 울타리 교체 공사에 사용할 철근과 모래, 시멘트 등의 자재를 각 학생에게 부담시켰다고 한다.

본래 지시는 철제 울타리를 세우라는 것이지만, 철제는 워낙 가격이 비싸 학교들에서는 콘크리트 울타리를 철제 울타리처럼 보이게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해놓는 식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재와 양을 각기 할당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렇게 학생들에게 내려지는 과제는 결국 학부모들이 몫이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철제 울타리를 세울 때보다 부담은 덜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자재를 마련해 내야 한다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선교구역의 한 고급중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 씨(가명)는 “이번에 학교에서 모래 바케스(양동이) 5개, 블로크(블록) 2장, 시멘트 20kg, 철근 2m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며 “학교가 자재 부담을 전부 떠맡기니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 씨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공사 자재를 부담시키는 것도 모자라 작업에까지 동원하는 것에도 불만을 표했다. 실제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도 울타리 교체 공사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정 씨는 “초급중학교에 다니는 둘째도 비슷한 자재들을 과제로 받았는데, 두 아이가 경쟁적으로 건설 자재를 요구해 난감할 뿐”이라며 “아이가 하나인 친구들이 나를 특등 바보라고 놀려대곤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이중고를 겪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공사 책임을 떠맡게 된 교원들도 불만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소식통은 “선교구역 고급중학교의 한 교원은 1~2년에 한 번씩 현대화 명목으로 멀쩡한 울타리를 뜯어고치곤 하는데 그런 맹랑한 일에 들어간 건설 자재면 아마 학교를 한 채 지었을 것이라며 꼬집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