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폭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시장 곡물가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전시물자를 푼 것이 요인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5700원에 거래돼 지난달 21일 조사 당시 가격(5730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4일 평안북도 신의주시 한 시장의 쌀 가격도 5800원으로 지난달 21일 가격(5740원)보다 6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양강도 혜산시는 쌀 가격이 다소 내린 것으로 조사됐는데, 지난 4일 기준 혜산시 한 시장의 쌀 가격은 6100원으로 2주 전(6300원)보다 200원 하락했다.
수해 발생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재 시장의 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식량 가격이 상승하기 전 당국이 비상미와 전시예비물자를 서둘러 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국무위원회 비상미와 인민군 전시예비물자를 풀 데 대한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식량이 각 지역에 공급됐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필두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내각 총리 등 최고위급 간부들로 구성된 북한 최고 정책 결정 기구다. 이 국무위원회의 비상미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비상식량 격이라 북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쌀보다 질이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당국은 비상미를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지 않고 양곡판매소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다소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 시장의 쌀 가격 안정세는 비상미와 전시예비물자가 풀린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물량이 소진되면 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저소득층의 수요가 높은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평양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1kg에 26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21일 조사 때 가격인 2500원보다 100원 오른 것이다. 또 신의주의 경우에는 4일 옥수수가 275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220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북한 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수해 발생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일 평양 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1만 5200원으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의주와 혜산 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비슷한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북한 원·위안 환율은 2주 전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시장에서 위안 환율이 하락한 것은 수해로 북중 교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위안 환율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