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도 우산·우비 없어 비 ‘쫄딱’ 맞고 일하는 北 주민들

황해남도 농촌지역 주민들 과반이 비닐박막으로 대신…군인들은 그대로 비 맞으며 야외 작업

지난 5월 양강도 혜산시에서 비오는 날 야외 작업에 나온 북한 군인들. 일부만 비옷을 입고 있고, 일부는 비닐을 묶어 걸친 모습이다. /사진=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콰이쇼우’ 화면캡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최근 북한 황해남도 남부에도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옹진군·강령군 등 황해남도 남부 농촌지역의 주민들은 장마철 폭우에도 우산이나 우비 등 제대로 된 방수용품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경제력이 낮은 농촌지역 주민의 절반은 우산·비옷 같은 용품 없이 지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마철 농촌 마을 길을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닐박막 한 조각을 걸치고 다닐 뿐 우산을 들거나 제대로 된 비옷을 입은 경우는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특성상 주민 대부분은 비가 와도 외부에서 일할 때가 많은데, 우산이나 비옷 없이 비닐박막으로 대신하는 주민이 과반이라고 한다. 당장 먹을 식량을 구하는 게 우선인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우산이나 비옷 구매는 사치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남도 옹진군 농촌마을의 한 교원은 “비오는 날 교실 뒤쪽 벽면에 설치된 옷걸이를 보면 우산을 들고 등교한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비옷을 입고 온 학생은 몇 명인지 한눈에 알 수 있고, 이를 보면 학생들의 생활 형편을 고스란히 알 수 있다”고 했다.

농촌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현지에 주둔하는 군인들도 제대로 된 방수용품 없이 외부 작업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전언이다.

또 다른 황해남도 소식통은 “군부대에서 작업에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관들만 군용 비옷을 입고 있고 하전사들은 비를 그대로 다 맞으며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인근에 주둔하는 군부대 하전사들이 풀베기나 물도랑 내기, 도로 보수 같은 작업을 하는데, 비가 내려도 아무런 용품 없이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강령군 농촌 마을의 한 주민은 “낮에 홀딱 젖은 군복을 말릴 새도 없이 야간 근무에 나선 군인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며 “군용 비옷이 있지만 찢어지거나 너무 낡아 개별적으로 사택을 돌아다니며 비닐박막을 구해서 근무 설 때 걸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지방 공장들이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물품을 살 여유조차 되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강선비닐박막공장, 함흥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등 비옷이 나온다고 하는 공장들이 넘치게 생산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인민들은 비옷이나 우산 없이 장마철을 보낸다”며 “비닐박막만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인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