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혜산시 노동단련대가 앞서 뇌물을 받고 집으로 보내줬던 주민들을 갑작스럽게 불러들여 단련대 생활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 노동단련대가 지난 9일 돈을 받고 집에서 단련대 기간을 보내게 했던 주민들에게 다음날까지 단련대로 복귀하라고 갑작스럽게 통보했다”면서 “전화로 연결이 되지 않은 집들에는 단련대 지도원들이 집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통보해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단련대는 통상 6개월 미만의 형량이 부과되는 경범죄를 저질렀을 때 받는 강제노동 처벌이다. 다만 돈만 있으면 단련대에서 강제노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며 단련대 기간을 보낼 수 있어 부정부패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내려진 통보에 단련대로 복귀한 주민 수도 20여 명에 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만큼 많은 주민이 뇌물을 주고 단련대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단련대장을 비롯한 지도원들로부터 “검열이 들어올 수 있으니 복귀하라, 하루 이틀만 있다가 나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10일 단련대로 복귀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들은 중범죄를 짓고도 뇌물을 써서 경범죄로 돌려 단련대 처벌을 받은 후 또 단련대와 사업을 해 뇌물을 고이고(바치고) 단련대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서 “집에서 생활하다 형기 마지막 날 단련대에 가서 도장만 찍으면 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이 단련대 생활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바치는 뇌물 비용은 코로나19 이후 1개월당 중국 돈 500위안에서 1000위안으로 올랐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요구하는 물건을 상납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뇌물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돈을 내고 단련대 생활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단련대에서도 이렇게 돈을 받고 주민들을 내보내 주는데, 가끔 안전부 등 사법기관에서 검열을 예고하면 문건에 명시된 인원과 현장의 인원수를 맞춰야 해 빠르게 불러들이고는 다시 또 내보내 주는 식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삼지연시 현지지도에 따른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긴급히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간 지 며칠이 지난 현재도 주민들은 풀려나지 못하고 단련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이틀 뒤에 다시 내보내 주겠다던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번에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삼지연시를 시찰하며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또 어떤 간부들은 법 기관에 넘겨 검토할 데 대해 지시해서인지 혜산시 법기관들도 모두 긴장 상태에 있다”면서 “얼어붙은 분위기가 풀리기 전까지는 단련대 생활을 계속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적지 않은 뇌물을 바치고 집에서 단련대 기간을 보내던 주민들과 그 가족들의 내적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요즘은 분위기가 팽팽해지면서 단련대 노동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돈을 바치고도 이런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은 입이 한발 나온 상태로 집에 돌아갈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