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소비품전시회 나온 제품들 밀수출되지만 中서 외면받아

품질 떨어지는데 가격 비싸 찾는 사람 없어…北 무역기관들 원가조차 회수 못 하는 실정

6월 25일 평양지하상점에서 열린 인민소비품 전시회. 전시회에는 기초식품, 당과류 등 25만여 점의 제품이 출품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중국 원자재 수입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북한 내에서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고, 이것이 중국에 밀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 상품이 팔리지 않아 원가도 남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중국으로 밀수출되고 있는 북한 상품 중에는 지난달 말 평양시 인민소비품전시회에 출품된 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실제 전시회에 출품됐던 평성은파산가방분공장의 은파산 가방과 맑은아침제약소에서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 냈다는 나노은·니코틴제거 치약, 평양체육기자재공장의 대성산 농구·축구·배구공 등이 북한 무역일꾼들을 통해 중국에 밀수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와 2375호에 의해 수출이 금지돼 있는 북한산 식품 및 농수산물도 중국에 밀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강냉이가공공장의 강냉이(옥수수)국수, 대동강식품공장의 쌈장·된장·고추장, 개성고려인삼가공공장의 결명자차·생당쑥차·보리차·오미자차는 물론 옥류수출생산사업소의 잣속알(껍질을 제거한 잣), 라선부흥식료품생산소의 송이버섯술·꿀·버섯 등이다.

이외에도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생산된 화장품과 압록강담배공장 등에서 만들어진 다수의 담배 제품도 중국에 밀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밀수출되는 북한산 제품들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 제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있었지만, 품질이 떨어지는데 가격은 높아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물건을 넘겨받은 중국 업자들도 판매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사실상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밀수출에 드는 비용이 커져서인지 북한에서 생산된 가방이 중국에서 생산된 가방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은파산 가방은 중국 돈 498위안(한화 약 10만원)인데, 중국 쇼핑몰에서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방 가격(70~80위안)보다 훨씬 비싸다”고 했다.

쌈장과 고추장 같은 북한산 식품류도 중국에서 28~48위안(한화 약 5000~9000원)으로 중국산 식품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등 북한산 제품이 중국 물가 대비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 북한 무역기관들은 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더욱이 소비기한이 있는 식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농후하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북한 무역업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평양에 외화를 보내줘야 하니 손실을 본인이 감당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