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중국을 통해 대북제재 품목을 대거 수입하고 있는 사실이 본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본보는 이달 초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에서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원정리로 반입되는 물품 사진을 여러 장 확보했다. 북한이 수입하려는 물품에는 대북제재 품목인 전자제품과 강철, 기계류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사진은 이달 초 촬영된 것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이어폰과 스마트워치, 냉장고 등의 전자제품과 함께 오토바이에 사용되는 모터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 물건들이지만 간혹 일본산 제품도 북한이 수입하는 물품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무역업자들은 수입품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소형 전자제품의 경우 포장박스를 뜯어 상품과 분리한 후 운송용 컨테이너에 제품을 각각 싣고 있다고 한다. 다만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전자제품들은 포장된 채로 북한으로 운송하고 있다.
사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부품과 강철 등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각종 기계류도 중국 측 세관 시설에 상당량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전자기기 및 기계류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최근까지도 제재품에 해당하는 물품을 버젓이 수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대북제재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건설자재로 사용되는 바닥재, 마트용 카트 등도 최근 북한 당국의 주요 수입품 중 하나다. 실제로 해당 물품들도 중국 측 세관 시설에 적재돼 있는 모습이 본보 카메라에 담겼다.
중국 세관을 통과한 후 북측으로 물품이 운송되면 북한 세관원들이 제품의 포장지와 설명서 등을 살펴보며 해당 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된 것은 아닌지, 한국어로 표기가 돼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수출되는 상품의 경우 한국어로 제품 표기가 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둥글거나 반듯한 글씨체가 있으면 통관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세관을 통과하기 전 한국어가 표기된 포장과 설명서를 폐기하는 작업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세관 당국이 랴오닝(療寧)성을 통한 반출 통제를 강하게 하면서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 품목 상당량을 지린(吉林)성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북중 육로 무역의 중심지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평안북도 신의주였지만 현재는 대규모 육로 무역이 지린성 훈춘(琿春)~함경북도 나선 원정리, 지린성 창바이(長白)~양강도 혜산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중 육로 무역의 중심지가 단둥~신의주에서 훈춘~나선과 창바이~혜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는 중국 세관 당국이 단둥에서 북한으로 반출되는 물품에 대한 통관 검사를 상당히 까다롭게 하는 것은 물론 반출 물건에 대한 세금을 훈춘이나 창바이보다 훨씬 비싸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단둥의 경우 북한으로 오고 가는 열차나 트럭 또는 버스의 모습을 중국 현지인이나 외국인들이 쉽게 목격할 수 있고 북한이 어떤 물품을 수입하는지 비교적 쉽게 파악되기 때문에 대북제재 이행 여부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가 단둥으로 민감한 물건이 반출되는 것을 단속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단둥~신의주 간 화물열차나 트럭 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해당 구간으로는 대북제재 품목이 반출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단둥을 통해 북한으로 반출되는 물품은 대부분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건설자재들이며, 간혹 소량의 식품류도 북한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