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 담긴 SD카드 빌려보고, 빌려준 주민들 중형 받아

빌려본 주민 7년형, 빌려준 주민은 15년형 선고…“단속 하도 하니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아"

북한 주민들이 ‘쥐카드’라고 부르는 SD카드.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외치며 주민들의 외부 영상물 시청 및 유통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한국 영상물이 담긴 SD카드를 빌려준 사람과 이를 빌려 본 사람이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 영화가 든 SD카드를 돈 주고 빌려본 30대 남성 A씨와 이를 빌려준 50대 여성 B씨가 각각 노동교화형 7년형과 15년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한국 영상물을 소지, 시청한 죄에 더해 유포한 죄까지 더해져 A씨의 배에 해당하는 15년형을 받게 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들은 앞서 5월 한국 영화 시청 및 유포 혐의로 안전부에 붙잡혔다.

당시 A씨는 한국 영화 두 편이 담긴 SD카드를 B씨에게 북한 돈 6000원(0.42달러)에 빌려 시청하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안전원들에게 단속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안전부가 A씨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나오면서 곧이어 구속됐다.

B씨는 시장에서 공책을 판매하면서 국내외 도서도 몰래 대여해주는 일명 ‘책 장사꾼’이었는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찾는 사람이 많자 SD카드를 구해 돈을 받고 빌려주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최근 A씨가 7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영화 두 편 본걸 가지고 7년형을 내린 것은 너무한 처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반면 B씨에 대해서는 “무기 노동교화형을 받을 줄 알았는데 15년형이면 그나마 처벌을 작게 받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 제정된 북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7조(괴뢰사상문화전파죄)는 한국 영화를 보았거나 보관했거나 유입·유포한 자에 대해 최소 5년 최대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개천시 주민들 속에서는 “빌려주면 무조건 처벌을 세게 받으니 안면이 있는 검증된 사람에게만 빌려줘야지 모르는 사람에게 돈 받고 빌려주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 본 사람들을 다 잡아들인다고 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고 심지어 단속하고 다니는 안전원이나 보위원들도 끝도 없이 잡혀들어갈 것”이라며 “목숨까지 걸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지만, 단속을 하도 하니 오히려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