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들의 新 유흥문화…전직 국대 선수 고용해 도박 경기

돈주와 전직 운동선수 한팀 이뤄 도박 경기 참여…한 경기당 1000달러 오가기도

2023년 8월 열린 북한 전국공개탁구경기.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돈주들이 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고용해 거액이 오가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의 외화를 걸고 하는 스포츠 도박이 북한 돈주들의 새로운 유흥문화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2일 “돈주들이 전직 국가대표 탁구선수를 고용해 복식으로 한 팀을 이뤄 도박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며 “보통 한 경기당 1000달러가 오간다”고 전했다.

전직 국가대표 탁구선수들이 도박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선수 생활이 끝난 후 벌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선수 시절 입상 경력이 있고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은퇴 후에는 대부분 체육지도원이나 학교 체육 교사로 일하는데, 이 경우 배급이 많지 않아 생계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전직 운동선수들은 돈주들이 거액의 수고비를 제시하며 도박 경기에 같이 뛰자는 제안을 해 올 때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돈주는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는데 드는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고 선수는 경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돈주의 훈련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며 “돈주와 선수의 호흡이 잘 맞으면 꽤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어 선수들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 평안북도 염주군의 한 탁구장에서 있었던 스포츠 도박 경기에 전직 운동선수가 250달러에 달하는 전자시계를 착용하고 자가용으로 보이는 승용차를 끌고 나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도박으로 큰돈을 번 기색이 역력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일반 주민들도 스포츠 도박 경기에 돈을 걸거나 판돈을 내고 직접 참여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가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는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축구나 농구, 배구 등의 구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이 학교나 기관·기업소에 있지만 이런 시설은 단체만 이용할 수 있고 개인이 사용할 수는 없게 돼 있다”고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개인 사업가들이 은정원이나 은덕원 같은 편의시설에 투자하면서 탁구장이나 당구장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이는 시간당 이용료를 내야 하는 개인 사업장에 해당한다.

이 같은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탁구장 등에서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점차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소소한 경기 내기를 하는 문화가 생겨나 최근에는 한 경기당 1000달러가 오가는 도박 경기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박 탁구 경기는 1판에 11점씩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는데, 경기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거간꾼까지 등장하면서 현재 도박 경기가 꽤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은 젊은 청년들, 청소년들도 이런 도박 경기에 돈을 걸고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며 “즐길만한 여가시설이나 문화가 없으니 이런 건전하지 못한 문화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