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 험지 탄원에 현장 이탈하는 北 청년들, 도박장 전전

소식통 "험지에 간 청년들 암울한 상황에 심리적 탈출구로 도박에 손 대는 사례 급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11월 11일 “당 중앙의 호소를 받들고 올해 10만여 명의 청년동맹일꾼들과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 전구들에 용약 탄원(자원)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의 반강제적인 요구로 험지에 탄원(지원) 진출한 청년들이 현장에서 이탈해 도박장을 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탄광, 광산, 농촌, 건설장 등 사회주의 주요 전구에 탄원 진출한 다수의 청년이 배치된 곳에서의 생활에 불만족해 도망을 치고 있다”며 “이에 안전부와 청년동맹 규찰대가 이탈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는데, 요즘에는 주로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곳들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청년들의 험지 탄원 진출 소식을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전원회의와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1월에만 전국적으로 6000여 명의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 전구로 탄원 진출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실상은 청년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黨)이나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등 조직의 강요에 따라 험지에 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억지로’ 험지에 간 청년들이 “평생 이런 곳에서 썩고 싶지 않다”며 현장에서 이탈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청년동맹 규찰대를 동원하거나 안전기관을 통해 이탈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는데, 최근 도망친 청년들이 당구장, 탁구장 등에서 돈을 걸고 게임하다 현장에서 붙잡히거나 개인 집에 마련된 불법 도박장에서 단속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평안북도 동림군에서는 지난달 말 농촌에 진출했다가 도망쳐 나온 한 제대군인 청년이 도박 현장에서 붙잡혀 다시 농촌으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청년은 지난해 초 건강 문제로 감정제대(의가사제대)됐지만, 군 청년동맹에서는 몸이 좋지 않은 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농촌 진출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이에 그는 조직에 여러 차례 찾아가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청년은 그렇게 가게 된 농촌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지난 5월 도망쳐 나와 도박장을 전전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도박 현장에서 단속돼 다시 농촌으로 끌려가게 됐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평안남도 개천시에서도 발생했다. 지난해 시에서 조직한 탄원 진출 사업으로 탄광에 가게 된 한 청년이 일은 하지 않고 도박에 빠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단속된 것.

평안남도 소식통은 “그는 군에서 부대 꾸리기에 필요한 자재를 훔치다 문제가 돼 생활제대(불명예제대)를 받았는데, 평소 문제아 취급을 받다가 탄원 진출 대상 70명 중 1명으로 명단에 들어 탄광에 가게 됐다”며 “하지만 그는 억울함과 불만을 품고 결근을 밥 먹듯이 하며 도박에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청년은 평소 부모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도박 밖에 없다”, “도박장에 가면 나와 처지가 비슷하고 생각이 통하는 친구들이 많아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회와 조직의 강요로 험지에 간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 심리적 탈출구로 도박에 손을 대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